금융당국 '면피'에 울고웃는 금융지주?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11.05.12 18:17
글자크기

하나+외환 보류, 우리금융 매각도 쉽지않을듯...산은 악재, 우리·KB 호재분석도

하나금융지주 (58,000원 ▲1,000 +1.75%)의 외환은행 인수가 무산 위기에 처하면서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희비도 미묘하게 갈릴 전망이다. 론스타와의 지분 매매계약이 결국 파기되면 정부가 추진 중인 우리금융 지분 매각은 물론 금융권 재편 구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서다.

은행업계에선 당장 우리금융 민영화가 정부의 뜻대로 되겠느냐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12일 "공무원 사회에 만연한 '변양호 신드롬'과 금융당국을 향한 최근의 여론 악화를 고려하면 외환은행 이슈도 해결하지 못 하는 정부가 우리금융 지분을 매각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저축은행 사태로 인해 금융당국의 여론 눈치 보기가 극에 달했다"며 "정부가 우리금융과 다른 금융지주를 묶어 메가뱅크(초대형은행)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금융권 노조의 반발이 이어지면 좌초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지주사들의 표정도 가지각색이다. 일단 최대 피해자는 하나금융이다.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여부와 관계없이 인수 승인을 내줄 것이란 기대가 여지없이 꺾였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선 우리금융 지분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산은금융지주도 돌발 악재를 만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부의 우리금융 지분 매각이 여론이나 노조 반발에 막힐 경우 산은금융의 메가뱅크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같은 이유로 우리금융엔 호재가 될 수 있다. 정부가 오는 17일 발표하는 우리금융 지분 매각 방안은 다른 금융지주사에 우리금융을 '흡수합병'시킨다는 게 골자다. 공적자금 투입 후 경영 정상화를 이뤄낸 우리금융이 받아들이기 힘든 매각 방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이르긴 하지만 외환은행 이슈로 인해 정부의 우리금융 지분 매각 방안이 영향을 받는다면 산은지주와 우리금융의 희비가 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M&A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KB금융에도 나쁘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점에서다. KB금융은 2006년 외환은행 인수 직전에서 무산된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우리금융 인수전 참여가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외환은행이 매물로 나오면 관심을 갖고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