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사건' 최초발견자가 전하는 현장 감식 과정

머니투데이 정지은 인턴기자 2011.05.06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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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에 못 박힌 채 발견된 김모씨가 남긴 십자가 제작 설계도와 메모. '십자가 시신' 최초 목격자인 주모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종교 사이트에 올린 사진.십자가에 못 박힌 채 발견된 김모씨가 남긴 십자가 제작 설계도와 메모. '십자가 시신' 최초 목격자인 주모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종교 사이트에 올린 사진.


십자가에 못 박힌 채 발견된 50대 택시기사 김모씨(58)의 사망 직전 행적이 서서히 드러나는 가운데, 김씨의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전직 목사 주모씨(58)가 사건 진행 과정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주씨는 6일 자신이 운영하는 종교 사이트에 사건 현장 목격 후 경찰 감식에 참여한 전 과정을 '현장 감식에 차여할 당시의 상황'이라는 제목의 글로 올렸다. 주씨에 따르면 경찰은 두 차례에 걸쳐 현장 조사를 했는데, 이 글에 기록한 내용은 신고 당일 첫 번째 현장 조사 과정이다.



주씨는 "김씨의 시신을 보고 예수의 십자가를 완벽히 재현했다는 것을 짐작했다"며 "나는 부활절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을 경찰에게 설명하며 종교적 이해에 도움이 되면 감식 과정에 협조를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주씨에 따르면 시신 현장 주변에는 김씨가 머물던 텐트와 차량이 있었다. 이 텐트 안에는 여러 가방이 있었는데, 여기에선 성경책과 예수의 성화, 창원지명이 나온 주유소 휴지, 볼펜 등이 발견됐다. 이를 통해 창원에 연고지가 있는 사람이라고 짐작했다고.



주씨는 "죽음 순서를 기록한 메모와 십자가 제작에 필요한 설계도도 발견됐다"며 "텐트 안에는 전동 드릴은 물론 대못, 자, 끌, 망치 등 각종 목공구와 사각거울이 있었고, 텐트 주변에선 나무 재단 토막들이 흩어져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날 주씨는 십자가 제작 설계도와 김씨가 남긴 메모 등의 사진을 첨부하기도 했다.

이어 김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심경을 밝혔다. 주씨는 "2008년 김씨가 나를 찾았을 때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며 "김씨가 그렇게 죽으려 했던 까닭을 찾지 못한 것이 후회되면서 미안하고 슬프다"고 말했다. 또 "정말 묘한 인연"이라며 "그 곳은 인적이 드문 곳인데, 그날 우연히 내가 그 곳을 찾아가 김씨의 은밀한 죽음을 깨운 것 같아 아리송하다"고 밝혔다.

그는 "예전에 만난 적이 있고 내가 전직 목사인데다 사건 현장 근처에 거주하고 있어, 모든 정황이 내가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4월 주씨가 운영하는 종교 사이트에 가입한 김씨는 그 해 가을 주씨의 집을 방문해 종교 관련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주씨가 김씨와 모종의 관계라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주씨는 "언론과 세간에서 뭐라고 하든 나라도 그렇게 볼 수밖에 없는 정황임을 알기에 그저 묵묵히 시간이 해결해주기를 기다릴뿐"이라고 말을 이었다.

한편 지난 1일 경북 문경에서 김씨가 십자가에 매달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김씨의 몸에서 별다른 외상이나 타살 흔적이 발견되지 않아 김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김씨의 시신에 대한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부검 결과는 다음 주에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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