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삼성 카드 대전에 프리미엄 고객 '방긋'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김유경 기자 2011.04.29 10:24
글자크기

[신용카드 질적경쟁시대]<4-1>못 따라올 '프리미엄 서비스' 재계 라이벌의 '자존심 경쟁'

삼성과 현대, 현대와 삼성, 재계 양대 라이벌전이 오랜만에 재현되고 있다. 무대는 바로 카드 시장으로 관객이자 공략 대상은 넓은 의미에서 금융 소비자들, 좁게는 프리미엄(우량) 고객들이다.

현대·삼성 카드 대전에 프리미엄 고객 '방긋'


창업주(이병철 삼성 회장과 정주영 현대 회장) 시절부터 수십년간 이어온 재계의 양대 라이벌 구도는 사실상 허물어졌었다. 이유는 삼성과 현대의 계열분리, 주력 사업 구조의 변화 등이 꼽힌다. 삼성과 현대가 맞붙었던 반도체 대전은 현대전자가 하이닉스로 바뀌고 삼성가와 현대의 유통대전은 신세계(또는 홈플러스)와 현대백화점이 맡는 식이 됐기 때문이다. 자동차도 삼성차가 르노삼성으로 바뀌고 현대도 현대차로 진화하면서 현대와 삼성 대전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전통의 라이벌전이 카드 시장에서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후발주자 현대카드(이전 대우다이너스티 카드를 인수)가 2위라고 선언하거나 '삼성카드(같은 경쟁자)가 있어 고맙다'고 해도 삼성카드는 발끈하지 않는다. 서로를 호적수 이상의 상호 발전의 동력으로 삼기 때문이다.

카드사 경쟁 덕분에 알게 모르게 덕 좀 본 주체들도 있다. 직접적인 수혜자는 소비자다. 당장 현금이 없어도 편리하게 소비가 가능한데다 3~10% 정도의 할인 또는 적립 혜택은 기본이다. 프리미엄 고객은 평소 경험하기 어려운 다양한 문화 체험까지 누릴 수 있다.



충성도 높은 고객들을 보유한 현대카드와 삼성카드는 특별한 마케팅이 가능하다. 카드업계에서는 내부전속시장(캡티브마켓)이 있는 경우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현대카드는 현대차 (295,000원 ▼3,000 -1.01%)를 무이자할부로 구매하거나 차량 구매시 특별한 포인트(적립포인트 사후 차감, 과감한 포인트 부여 등)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삼성카드는 삼성전자 (81,500원 ▼100 -0.12%) A/S 보장기간 연장 혜택 등을 주는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 카드사들은 고객들을 장기간 붙잡아둘 수 있어 좋고 제휴기업은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매출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도 큰 수혜자다. 신용카드 사용의 확대가 세수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김상겸·박범조·송재은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팀에 따르면 카드 사용액 1% 증가시 부가가치세가 0.75%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용카드의 사용이 금융위기 등 경기변동에 따른 세수의 편차를 줄여줌으로써 위기시 수입 증대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고가지만 필수품이 된 자동차, 가전제품 등에 대한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소비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기도 하다.

이제 카드사의 고민은 '퍼주기식' 마케팅에서 어떻게 '실속' 마케팅으로 전환하는가이다. 답은 역시 '고객'이다. 우량 고객을 혜택만 누리는 체리피커가 아닌 '팬(fan)'으로 만드는 일도 필요하다. 쉽지 않지만 질적경쟁시대로 가기 위한 전제다. 현대와 삼성의 혈투이자 라이벌전인 삼성카드와 현대카드의 대결도 이처럼 질적 경쟁 시대로 옮아가고 있다.


현대·삼성 카드 대전에 프리미엄 고객 '방긋'
◇'많이 내고 더 많이 누려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지난해 삼성카드를 제친(이용실적 기준) 현대카드는 올해도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미 2009년 11월부터 500만명이 넘는 고객의 신용카드 이용패턴과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고 100개가 넘는 국내외 카드 서비스를 정밀하게 살폈다. 그 결과 새로 개척한 시장이 연회비 7만·10만원의 플래티넘3 시리즈 시장이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플래티넘3로 현대카드는 마케팅과 리스크관리,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자부한다.

지난 3월16일까지 플래티넘3의 월 평균 가입자는 약 2만5000명으로 출시 후 4개월여동안 10만명을 돌파했다. 연회비 1~2만원대의 일반카드가 출시 후 월 1만매만 발급해도 성공적인 런칭으로 평가받는데 비하면 돌풍적인 인기라는 평가다.

주목되는 것은 월평균 사용액이다. 개별 카드로는 국내 최다 유효회원(820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카드M의 월평균 사용액은 1인당 85만원 수준이다. 반면 플래티넘3 시리즈 회원들의 월 평균 사용액은 250만 원 선이다. 플래티넘3 출시로 매월 현대카드M 고객을 7만5000명씩 새로 창출시키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플래티넘3 시리즈의 연체율은 0.06%로 0.4%대를 기록하고 있는 현대카드 전체 연체율과 비교했을 때 7분의 1수준에 그치고 있어 주목된다. 2010년 6월말기준 현대카드를 제외한 업계 평균 연체율이 2.2%인 점을 감안하면 연체 리스크는 거의 없는 셈이다. 특히 플래티넘3 시리즈 회원의 약 70%가 20~30대 고객이라는 점에서 현대카드는 장기 우량고객 시장을 선점한 셈이다.
현대·삼성 카드 대전에 프리미엄 고객 '방긋'
올해 시장 여건이 좋지 않은 만큼 현대카드는 정교한 리스크 관리에 주안점을 두면서 영업과 마케팅을 유연하게 전개할 방침이다. 대신 고객 사용률과 인당 사용액이 높은 프리미엄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기존 플래티넘2의 서비스도 강화해 우량회원으로 유도하는 마케팅을 지속하는 한편 플래티넘3 시장을 빠른 속도로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이것이 질적인 측면에서 현대카드가 지향하는 '우량고객화' 전략이다.

◇ 고객의 기대를 넘어야 '최고'=삼성카드는 고객의 기대를 넘는 '최고의 서비스' 전략을 내세웠다. 올 초 부임한 최치훈 사장은 '고객 속에 답이 있다'며 최고의 서비스로 고객과의 신뢰관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삼성 카드 대전에 프리미엄 고객 '방긋'
이를 위해 삼성카드는 지난 3월부터 전 임원들을 대상으로 '고객 상담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고객의 목소리를 경영전반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탄생한 상품이 '삼성카드 S클래스'. 삼성전자, 삼성화재, 제일모직 등 삼성계열사 대표서비스를 신용카드 한 장에 담았다. 타사가 도저히 따라 만들 수 없는 카드를 출시한 것이다.

S클래스는 삼성그룹 대표 브랜드와 제휴사 이용시 최대 5% 포인트가 적립된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있어 에버랜드 50%할인 서비스도 눈에 띈다.

적립된 S포인트는 삼성전자, 삼성화재, 제일모직 등 삼성 관계사와 GS칼텍스, 빕스, 에버랜드, 신세계 백화점과 3대 할인점(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등 제휴사에서 최소 금액 제한 없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앞서 출시한 '삼성 수퍼S카드'는 혜택의 개념을 180도 전환한 상품이다. 기존 신용카드들은 직전월 이용실적에 따라 혜택을 제한한다. 반면 수퍼S카드는 고객이 소비수준에 맞춰 매월 사용할 금액과 기간을 결정하면 최대 360만원까지 혜택을 미리 주는 카드다.

삼성카드의 해외 우대 서비스도 눈에 띈다. 삼성카드는 지난 12월 아시아 지역 대표 도시에서 해당 도시의 대표 메뉴를 하나 더 제공하는 '글로벌 셀렉트 - 레스토랑 셀렉트'를 처음 선보인데 이어, 지난 3월 26일부터 5월 31일까지 뉴욕 브로드웨이, 런던 웨스트엔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등 해외 대표적인 문화도시의 문화공연을 삼성카드를 이용해 구매하면 무료 공연 티켓을 한 장 더 제공하는 ‘글로벌 셀렉트 뮤지컬 & 오페라’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고객이 할 수 없는 일을 해줄 수 있는 '수퍼맨(S)'의 꿈을 꾸고 있다. 타사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차별화의 길을 걷겠다는 의지다.
현대·삼성 카드 대전에 프리미엄 고객 '방긋'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