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식품 '커피값인상'에 '담배꽁초茶'까지 곤욕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2011.04.2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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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식품 '커피값인상'에 '담배꽁초茶'까지 곤욕


동서 (18,740원 ▼100 -0.53%)식품에게 올 4월은 잔인한 달이다. 커피값 인상으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가운데, '담배꽁초 보리차' 사건까지 불거져 곤욕을 치르는 중이다.

'간 큰 회사.' 요즘 식품업계에선 동서식품을 두고 이렇게 표현한다. 지난 25일 최대 9.9% 커피값 인상을 단행하면서다. 정부가 집중 물가 관리에 들어간 상황에서 당분간 인상을 보류하려던 업계 분위기와 달리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갔다.



◇호실적에도 커피값 인상 논란 = 동서식품은 앞서 '맥스웰하우스' 400g짜리 포장제품을 100~200g짜리로 바꾸는 방식으로 가격을 27% 넘게 올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선상에 올랐던 상태였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3일 '리뉴얼 인상' 꼼수를 썼다는 의혹을 받은 식품업체들에 대해 경고(?)까지 했지만 꿈쩍 안했다. 업계에선 "미국의 대형 식품업체 크래프트사와의 합작 기업이라 가능한 것 아니냐"는 뒷얘기까지 흘러 나왔다.



서민의 대표적 기호식품인 인스턴트 커피 가격이 10% 가까이 오르자 소비자의 반발이 거셌다. 특히 동서식품은 국내 인스턴트커피 점유율이 약 80%로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커피 원두값이 최근 1년새 123% 올라 원가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게 동서식품의 인상논리였다. 그러나 동서식품의 주장과 달리 지난해 영업실적이 좋았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불거졌다.

지난해 원가 부담을 겪었다는 동서식품은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이 15.3%로 최근 3년간 가장 좋았다. 당기순이익률(당기순이익/매출액)도 12.5%로 2008년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해 매출원가는 8032억원으로 전년대비 3.8% 증가했을 뿐이다. '소비자가 봉'이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금요일 면피성 발표를 하면서 여론 비판을 슬쩍 피해가려 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담배꽁초 보리차‥식약청도 "이례적" = 이런 가운데 또 하나의 사건이 터졌다. 커피와 함께 동서식품의 대표 상품 중 하나인 보리차에서 담배꽁초가 나온 사실이 27일 공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해부터 올 1분기까지 식품에 이물 혼입된 경우가 930건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곰팡이(11.6%)와 플라스틱(9.0%), 금속(7.5%), 벌레(4.3%) 등이 대다수였다.

모 회사인 동서의 현미녹차에서도 벌레가 나오기도 했지만 보리차 티백에선 담배꽁초까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발견됐지만 담배꽁초의 경우 식품위생법상 외상을 입힐 수 있는 위해 위해물질에는 포함되지 않아 즉각 공개되진 않았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주부 김 모씨(40. 성북구 안암동)는 "보리차는 다른 차와는 달리 식수처럼 가장 많이 애용하는 차 종류인데 불안해서 아이들에게 먹이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식약청 식품안전과 관계자는 "대형 업체의 제조 과정에서 담배꽁초 이물질이 발견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며 "당시 법류 기준이 없어 외부 공개는 안했지만 담배 성분에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해 다른 이물보다 신속하게 조사를 벌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금속이나 플라스틱의 경우 제조단계에서 생산시설 파손 등으로 인해 혼입되는 경우가 있지만, 담배꽁초의 경우엔 이와 달리 직원·시설 위생 관리에 큰 허점을 보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동서식품에 대한 처벌은 현행법에 따라 시정명령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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