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주주권 행사로 대기업 견제 나선다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11.04.2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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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통한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 제시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들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통해 국내 대기업들의 관료화, 취약한 공적 기능 등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주주권에는 의결권 행사를 비롯, △경영자 정례 협의 △이사회 후보 추천 등 주주제안 △투자자 연대 △지배구조 펀드에 운용 위탁 △주주 소송 △입법 운동 △포커스 리스트(기업지배구조 관찰리스트)등이 포함된다.

관료화로 인한 창의성과 활력 저하, 동반성장 철학 부족 등 우리 대기업들이 지닌 한계가 미래 국가 경제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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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곽승준 위원장은 26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 3차 미래와 금융 정책토론회'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및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한 정책 건의안을 발표했다.



곽 위원장은 "국민연금 적립액이 작년 말 이미 324조원, 향후 2043년 2500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들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본격적으로 검토돼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곽 위원장은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가 필요한 이유로 대기업의 거대한 관료주의를 견제하고, 취약한 시장의 공적 기능을 북돋을 수 있는 촉진자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대 중소기업 동반성장, 대기업의 중소기업 영역 침해 등의 문제를 푸는데도 정부의 직접 개입이 아닌 공적 연기금이 보유한 주주권 행사가 더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곽 위원장은 "우리 대기업들이 과점 체제와 수직 계열화가 확대되면서 우리 경제 전체의 창의력과 활력이 약해지고 있다"며 "기업들이 기존 아이템의 효율화와 재무구조 안정에는 성공하고 있지만 쌓아 놓은 내부 유보금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연결시키는 데는 불안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곽 위원장은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대가 예견되는데도 기존 휴대폰 시장에 안주하다가 아이폰 쇼크에 당황해야 했다"며 "국내 인재와 자원이 집중되는 대기업이 미래 먹거리가 될 새로운 분야의 개발이나 동반성장에 미온적인 것이 합당한 것인지 국가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곽 위원장은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연기금이 그동안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연금의 삼성전자 지분이 삼성생명(4월 현재 7.45%)에 이어 두번째(5.00%)로 이건희 회장 지분(3.38%) 보다도 많다"며 "하지만 기존 사업 아이템에 안주하려는 경영진들에 대한 견제와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해왔는지 매우 의문시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POSCO, KT 등 오너십이 부족한 대기업들에 대해서도 방만한 사업확장 등으로 주주 가치가 침해되고 국민경제에 역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곽 위원장은 시장의 공적 기능과 관련해서도 "미국 등 선진 경제는 민간 부문이 크게 성장하면서 시장의 공적 기능을 적극 강조하고 있지만 우리는 성실 납세, 동반성장 등이 취약해 정부의 요구가 있어야 마지못해 움직이고 있다"며 "거대 권력이 된 대기업을 견제할 효과적인 수단으로 자본주의 원칙에 입각한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가 가장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곽 위원장은 이러한 '연기금 역할론'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국민연금의 내부역량 강화가 조속히 이뤄져야 하며, 관치논쟁 등을 방지하기 위한 기금운용의 투명성, 독립성 확보가 필수적인 과제라고 밝혔다.

곽 위원장은 "공적 연기금이 주주로서 기업 경영을 감시하는 것은 성숙한 자본주의 시장 경제로 발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사회적 자본을 확충하는 길"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기관투자자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면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가치를 높여가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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