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대 연기금 캘퍼스 "애플, 이사 선임 방식 바꿔야"

머니투데이 김경원 기자 2010.12.23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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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반수 투표제 도입 권고, 내년 2월 주총 때 결의안 제출

美 최대 연기금 캘퍼스 "애플, 이사 선임 방식 바꿔야"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 캘퍼스가 애플에게 이사 선임 방식을 교체할 것을 요구했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애플 지분 0.2%를 보유한 캘퍼스는 애플에게 이사 선임 시 과반수 투표제를 도입할 것을 요구했다.

과반수 투표제는 이사 선임에 있어서 이사 1인당 1주1의결권이 적용되는 제도로 누적 투표제처럼 표를 한 후보에게 몰아줄 수 없다.



캘퍼스는 이를 통해 주주들에 대한 이사들의 책임감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과반수 투표제에서 선임되려면 더욱 폭넓은 지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애플의 이사들은 단지 한 표만 얻어도 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어 사살상 투표를 거치지 않고 임명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앤 심슨 캘퍼스 기업지배구조 팀장은 "이사들이 책임을 지지 않게 되면 구조적인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캘퍼스는 지난 봄부터 58개의 기업들에게 과반수 투표제를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이 중 20개 기업은 캘퍼스의 조언을 받아들여 이를 도입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주주의 결정권을 높였다.

그러나 애플이 제안을 거절하자 캘퍼스는 주주권고 결의안을 내년 2월 주주총회 때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캘퍼스는 "주총이 상대적으로 일찍 열리기 때문에 애플의 결정은 다른 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애플의 과거 행적을 볼 때 캘퍼스의 이같은 요구가 논쟁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애플은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비판을 듣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잡스의 간이식수술 조차 공개하지 않은 것은 물론 경영자 승계 계획도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잡스가 건강 이상으로 병가를 내자 CEO 신상변화에 대한 기업 공시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비공식 조사에 돌입하기도 했다.

당시 델라웨어 대학 와인버거 기업지배구조 센터의 찰스 엘슨 회장은 "애플 이사회가 잡스의 건강상태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절대적인 인물에 의해 움직이는 회사의 문제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밖에 이사회 규모가 7명으로 다른 기업보다 적다는 점도 애플 지배구조의 단점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애플 측은 "(캘퍼스의) 제안서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캘퍼스는 애널리 캐피털, BB&T, VF 등에게도 비슷한 결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VF 이사회는 과반수 투표제 도입에 긍정적이며, BB&T 역시 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2위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도 중소 기업을 대상으로 과반수 투표제 도입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 이들은 중소형주 지수인 러셀2000지수 가운데 25개 기업에게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된 결의안을 제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많은 지배구조 전문가들과 주주 운동가들은 과반수 투표제를 지지한다"며 "주주들이 변화가 필요하다고 결정했을 때 어렵지 않게 이사를 교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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