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저축은행 환부를 치료하려면

머니투데이 성화용 머니투데이 더벨 편집국장 2011.04.2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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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국회 정무위 저축은행 부실 청문회는 아무 소득 없이 끝났다. 전?현직 경제수장이 8명이나 증인으로 출석했는데 속 시원한 답은 전혀 없었다. 변명의 요지는 "당시엔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의원들은 무뎠고 관료들은 매끄러웠다. 청문회가 명쾌한 해법을 제시할 가능성은 처음부터 없었다. 그나마 의미 있는 몇 마디를 기대했는데, 이 역시 잘못된 바람이었다.

무엇이 잘못인지는 이미 알고 있다. 저축은행이 '신용금고'일 때부터 그랬다. 수많은 신용금고와 저축은행이 문을 닫았다. 그 때 마다 선의의 금융소비자들이 피해를 봤다. 10 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양태가 되풀이되고 있다. 그런데도 문제가 뭔지 모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저축은행 소유주의 불법·탈법, 허술한 감시 장치, 무리한 예금유치와 대출, 몰상식 또는 무개념의 리스크관리, 유착을 의심케 하는 느슨한 감독, 이 모든 것들이 결합한 총체적 부실이 바로 문제가 된 저축은행들의 퇴장을 불러온 것이다.

여기까지는 그동안의 결론과 같다. 그래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돈을 쏟아 부은 뒤 감시와 감독을 강화하는 것으로 끝났다. 그래도 또 1년, 2년 뒤에 또 사고가 터졌다.
그렇다면 저축은행이라는 업태를 아예 없애야 하나. 이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미 저축은행은 금융시스템의 한 축이다. 일정한 기능을 하고 있다. 대체재가 없다.



결국 해법을 다시 찾을 수밖에 없다. 이제는 원인 치료부터 시작해야 한다.
부실 저축은행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낮은 진입장벽' 때문에 생겼다. 사실 그동안 돈만 있으면 누구나 저축은행을 소유할 수 있었다. 그렇게 제도권에 들어온 저축은행은 정부의 지급보증(예금보험)을 내걸고 예금을 받았다.

그 예금이 불법·탈법 경로로 쓰이거나 과도한 위험을 감수한 대출 재원으로 활용된 게 문제였다. 처음부터 저축은행 소유주를 철저히 심사할 필요가 있다. 당국의 몫이다. 미심쩍은 곳은 아예 자격을 주지 말아야 한다. 까다롭고 철저한 진입 조건이 필요하다. 도덕적, 재무적 검증이 병행돼야 한다.

이렇게 진입장벽을 높이되, 충분히 검증된 저축은행의 수익원에 대해서는 제도적 고민을 함께 해줄 필요가 있다.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PF 대출에 매달린 건 먹고 살기 위해서다. 돈을 굴릴 곳이 없으니 위험한 곳에 눈을 돌리는 것이다. 위험 부담을 줄이면서 서비스 기능을 제대로 발휘해 돈을 벌 수 있는 수수료 업무를 풀어주는 게 대안이다.


일부 저축은행들은 펀드 판매 등의 업무를 오래 전부터 요구해왔다. 보험 대리점도 팔게 하는 펀드를 저축은행들에 막아 놓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경영에 문제가 없는 A급 저축은행들은 이미 상당 수준의 내부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인력의 질도 우수한 편이다. 수익을 낼 수 있는 다양한 업무를 개방하고, 이를 통해 본연의 서민금융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주는 일이 중요하다.

물론 여전히 문제 저축은행들은 시장 내에 남아있다. 따라서 과도기적으로 선별 규제가 필요하다. 이 역시 당국의 몫이다. 철저한 경영평가를 통해 업무의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 낮은 진입장벽을 타 넘고 이미 라이선스를 들고 있는 위험한 저축은행을 선별하는 건 앞으로도 상당기간 숙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여러 차례 실기했다. 막을 때 막지 못했다. '범죄' 수준의 편법을 방치했다. '칼'로 다스릴 시점을 놓쳤다. 지금 뒤 늦게 날 선 규제로 모든 걸 해결하려 하는 건 더욱 어리석은 일이다.

제대로 된 문제인식이 필요하다. 시장에 들어오기 어렵게 하되, 진입이 허용될 경우 순방향으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게 전제되지 않으면 저축은행 문제는 다시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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