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에 따르면 2010년 7월 서남표 총장은 카이스트 사상 최초로 연임에 성공했다. 그간 표면적으로 카이스트는 잘 되고 있었다. 영국 더타임스와 대학평가기관 QS가 발표한 2009년 세계 대학평가에 따르면 공학·IT분야에서 카이스트는 세계 21위에 올랐다. 그래서 그간 언론에서는 이런 성과를 서남표 CEO의 업적이라고 칭송해왔다.
2010년 4월 총장평가 당시 학부생의 65.7%와 대학원생 67.8%가 '학생들과의 소통부족'을 이유로 연임에 반대했다. 교수협의회도 연임 당시 성명을 발표했다.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치열한 체험에 근거했기 때문이다. 미국 국적을 가진 서 총장은 1954년 서울사대부고를 다니다가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하버드대 한국어과 초빙교수로 있던 아버지 때문이었다. 서울대 교수였던 그의 아버지는 한국전쟁 1년 전 미국 국무부 프로그램으로 해외 대학 시찰을 위해 미국으로 갔다. 그러다가 전쟁이 나는 바람에 거기서 눌러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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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입학한 브라운앤드니컬스는 공부를 혹독하게 시키는 곳으로 유명했다. 한 일간지 기자가 쓴 '서남표 천일의 기록'이라는 책 내용이다. "1주일에 1권씩 소설을 읽고 에세이를 쓰는 숙제가 있었다. 이 숙제에서 0점을 받곤 했다. 그러나 혼자 힘으로 이를 해결했다." 온갖 궂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이겨냈다.
그래서 첫째, '100% 영어강의 교육'은 그에게 있어 절절하다. 그러나 1950~60년대와 2000년대의 한국 젊은이는 같을 수 없다. 모두 같지 않음을 인정해야 한다. 닮기를 강요하는 것은 또하나의 '폭력'이기 때문이다.
◇"미 명문대 자살률은 더 높다"
둘째, 강압적이고 무한경쟁을 추구하는 교수평가제는 그에게 있어 정당하다. 1991년 MIT 기계공학과 학장으로 일을 했다. 조직시스템을 개편했다. 역시 반발이 심했다. 카이스트의 교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은 똑같지 않다. 그걸 인정하는 게 지혜다.
셋째, '징벌적 등록금제'도 그에게 있어서는 정당하다. 평점 2.0 미만인 학생은 수업료 600만원과 기성회비 150만원을 포함해 학기당 750만원, 연간 1500만원을 내야 한다. '돈' 문제로 규제를 가한 것이다. 이 제도는 배금사상을 키울 수 있다. 마침 2009년 6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발표를 보면 걱정이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설문에 대한 한·중·일 청소년들의 답이다. 한국과 일본은 '돈'이 중요하다고 각각 92.3%, 90.4%로 답했다. 중국의 경우 93.3%가 `학력돴을 꼽은 것에 대비된다.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넷째, 서 총장의 "미국 명문대의 자살률은 더 높다"고 한 말이 알려졌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기가 막힌 말이다. 그에 대한 공방을 이제 끝냈으면 싶다. 사람은 모두 획일적일 수 없다. 그의 마지막 지성을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