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특1급호텔 한복만? '한식'도 찬밥신세

머니투데이 정지은 인턴기자 2011.04.1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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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특1급 호텔 18곳 중 한식당 운영은 단 4곳

2009년 한식 세계화 정책 추진을 위해 출범한 '한식 세계화 추진단'의 발족회의 모습.2009년 한식 세계화 정책 추진을 위해 출범한 '한식 세계화 추진단'의 발족회의 모습.


신라호텔 뷔페식 레스토랑에서 한복 차림을 출입 거부해 논란인 가운데, 한국의 식문화인 '한식'도 국내 특1급 호텔에서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특1급 호텔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경우는 가뭄에 콩 나듯 하다.

실제로 서울 특1급 호텔 18곳 중 한식당을 운영하는 곳은 단 4곳뿐이다. 롯데호텔의 '무궁화'와 쉐라톤그랜드워커힐의 '온달·명월관', 메이필드호텔의 '낙원·복래정', 르네상스호텔의 '사비루'만 한식당을 운영 중이다. 전체의 22%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국내 특1급 호텔에서 한식당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부터다. 2004년 웨스틴조선호텔의 한식당 '셔블'과 2005년 신라호텔의 한식당 '서라벌' 등은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문을 닫았다.

14일 웨스틴조선호텔 관계자는 "2004년 수익성이나 선호도를 기대하기 어려워 한식당 운영을 중단했다"며 "실제로 호텔 고객들 대부분 전문 한식당 보다는 뷔페식 레스토랑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호텔뿐만 아니라 호텔 업계 전반적으로 한식당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라며 "한식당은 뷔페식 레스토랑 메뉴에 한식을 포함하고 룸서비스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한식 세계화'를 외치지만, 정작 한국을 대표하는 국내 특1급 호텔에선 한식을 찾아볼 수 없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008년 한식 세계화를 선포하며 '세계인이 즐기는 우리 한식'을 비전으로 삼고 2017년까지 한식을 세계 5대 음식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2009년엔 범부처 차원의 한식 세계화 정책 추진을 위해 '한식 세계화 추진단'을 출범하기도 했다.

한 트위터러는 "한국 호텔도 한식을 외면하는데, 어떻게 세계인이 한식을 즐길 수 있겠나"라며 "한식의 세계화를 밖에서만 외치지 말고, 국내에서 먼저 한식을 소중하게 여겨 달라"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 신라호텔은 지난 12일 저녁 6시 30분께 한복을 입고 뷔페식 레스토랑을 찾은 한복 디자이너 '담연' 이혜순씨의 출입을 제지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신라호텔 측은 "한복은 부피감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위험하다"고 제지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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