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죄는 한은, 푸는 정부···정책 엇박자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11.04.10 17:14
글자크기

물가 잡겠다는 정부, 상금걸고 지자체 재정조기집행 경쟁시켜

한국은행이 올 들어 1월과 3월, 두 차례 금리인상을 통해 통화 유동성을 거둬들이고 있는 것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조치다. 투자확대 등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뻔히 알면서도 금리를 인상한 것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한데 한은과 보조를 맞춰야 할 정부가 재정조기집행 정책을 펼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 예산인 재정을 집행할 경우 시중에 돈을 푸는 효과가 있어 애써 단행한 금리인상 효과를 반감시키기 때문이다.



10일 정부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들의 1분기 재정조기집행률을 평가하고 있다. 재정조기집행률은 연간 예산 중 상반기에 집행되는 비율을 의미하는데 올해 정부 목표는 57.4%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64.8%, 2010년 61%보다는 낮췄지만 올해도 상반기에 재정을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돈줄 죄는 한은, 푸는 정부···정책 엇박자


◇정부는 유동성 풀고, 한은은 줄이고= 행안부는 지자체의 재정조기 집행 정도를 3월과 6월 평가해 조기집행률이 높은 지자체에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쳤던 2009년부터 실시된 제도다. 이에 따라 2009년 300억, 2010년 250억의 특별교부세가 지자체에 지급됐고, 올해도 300억을 나눠줄 예정이다. 물가안정을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 정부가 상금까지 걸고 지자체들에 유동성 확대를 독려하고 있는 셈이다.



돈줄 죄는 한은, 푸는 정부···정책 엇박자
이 같은 정책 엇박자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3월 국회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물가 때문에 난리인데 재정을 조기 집행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조기집행률을 지난해보다는 낮췄는데, 현 목표가 타당한지 재검토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 재정부는 목표치 이상의 '재정조기집행 초과 달성'을 지양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매월 2차례씩 열던 재정집행 점검회의도 3월부터는 1차례로 축소했다. 하지만 재정부는 상반기 조기집행 목표 57.4%는 수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재정부 관계자는 "경기부양 보다는 재정의 계획적인 집행을 위해 목표치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 관계자도 "지자체와 지방기업들이 2009년, 2010년 조기집행에 익숙해져 있어 조기집행률을 일시에 크게 낮추기 어렵고, 게다가 갑작스레 재정 집행을 축소할 경우 지방 경기나 일자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정부가 재정조기집행률 수치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각 자치단체의 예산집행을 통한 시중 유동성 공급은 계속되고 있다. 지자체가 재정집행을 더 많이 해야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상대평가로 등수를 정하기 때문에 한 푼이라도 인센티브(특별교부세)를 더 받으려면 다른 지자체보다 많은 재정을 집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