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낮았던 3월 물가, "무상복지 덕분?"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11.04.0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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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확대·특성화高 무상교육 효과.."물가 0.32%p 떨어뜨려"

3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비 4.7% 상승했다. 29개월만에 가장 높았지만, 예상보다는 낮았다. 5% 이상을 예상한 곳도, 적어도 5%에 근접한 숫자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물론 높은 수준의 물가지만 예상보다 낮았던 이유는 예상치 못한(?) 효과가 작용한 탓이다. 무상급식, 무상교육 등 최근 사회적 화두가 된 무상복지 정책 영향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은 교육비와 관련된 항목들이 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시기다. 등록금, 학원비, 보육료, 급식비 등의 인상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올해는 정부가 나서 국립대 등록금은 동결시키고 사립대도 3% 이내의 상승률로 유도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올해 4년제 국공립대 등록금 인상률은 1.1%, 사립대는 2.3%로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등록금 인상률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지난해에도 등록금 상승률은 높지 않았기 때문에 전년 동월비 물가상승률을 끌어내릴 여지는 별로 없었다는 것. 등록금보다는 초 중 고교 무상급식과 특성화고등학교 무상교육이 물가상승률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3월부터 전국 1만1300여개 초중고교의 50%가 넘는 5700여개교가 전체 학년이나 일부 학년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덕분에 3월 학교급식비는 전월대비 17.9%, 전년 동월비 21.3% 급락했다.



학교급식비가 포함된 외식비는 전월대비 0.4% 하락했다. 전년 동월비는 3.0% 상승했지만 2월 상승률(3.5%)보다 낮았다. 외식비는 지난 2월 물가 급등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였다.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으로 외식서비스 업체들이 가격을 크게 올린 탓이다. 물가 당국은 외식업체들의 가격조정이 3월에도 이어지면서 3월 물가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했지만 학교급식비의 급락이 상승률을 제한한 셈이다.

예상보다 낮았던 3월 물가, "무상복지 덕분?"


올해 3월부터 전문계 고등학교에 실시된 무상교육도 3월 물가상승률을 예상보다 낮춘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3월 고등학교 납입금은 전월비 및 전년 동월비 모두 17.3% 급락했다. 덕분에 교육비 상승률은 전월비 0.2%, 전년 동월비 1.5%에 그쳤다. 2005년 이후 3월 교육비 상승률로는 가장 낮았다.

SK증권은 무상급식과 무상교육이 3월 소비자물가를 0.32%p 하락시켰다고 분석했다. 이 두 가지 효과가 없었다면 3월 물가가 5%대에 진입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염상훈 SK증권 연구원은 "3월 소비자물가가 예상치를 크게 벗어난 이유는 상당히 오를 것으로 예상했던 교육비와 외식비가 전혀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상정책의 효과가 이처럼 소비자물가는 떨어뜨렸지만, 실제 인플레이션 압력에는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무상정책으로 비용지출의 주체가 가계에서 지방자치단체로 바뀔 뿐 실제 그 비용이 사라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1월 의사록에는 한 금통위원이 "무상급식이 물가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한은 관련부서에 묻자 소관 부서는 "무상급식은 급식가격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비용지출의 주체만 가계에서 지방정부로 이전하는 것이므로 실제 인플레 압력에는 영향을 주지 못하지만 소비자물가 하락에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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