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스카이라이프·비씨카드 '고가 인수' 논란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11.04.12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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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가보다 높게 해외법인 보유지분 매입…비씨카드 피인수전 1000억원 현금 유출

KT (37,250원 ▼450 -1.19%)가 KT스카이라이프(옛 한국디지털위성방송)와 비씨카드 지분을 비싸게 인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 1월 외국계법인 더치세이빙스가 보유한 KT스카이라이프의 의결권 있는 전환상환우선주 560만주와 보통주 560만주로 전환이 가능한 전환사채(CB)를 2464억원에 인수했다. 주당 인수금액은 2만2000원이다.
 
그런데 상장을 준비하는 KT스카이라이프가 희망하는 공모가격은 1만4000~2만원 수준이다. 실제 공모가격은 수요예측에 따라 달라지지만 2만원을 넘기긴 힘들 전망이다. 특히 최근 MBC와 SBS 등 지상파방송사와 재송신 갈등을 고려하면 공모가는 더 낮아질 수 있다.
 
공모가는 기관투자가와 시장이 평가하는 회사가치라고 할 수 있다. KT스카이라이프 공모가격이 2만원 이하로 결정되면 KT는 시장평가보다 최소 주당 2000원을 더 주고 더치세이빙스가 보유한 지분을 인수한 셈이다.
 
게다가 경영권이 없는 대규모 지분은 할인거래가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다. 더치세이빙스는 2대주주지만 그동안 경영에 거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KT는 적정가치보다 할인해서 지분을 살 수 있음에도 적정가치보다 할증해 지분을 매입한 꼴이다. 업계 관계자는 "더치세이빙스가 상장 후 지분을 내다팔 수 있어 물량부담을 우려해 최대주주인 KT가 상장 전에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관계자는 "더치세이빙스가 경영에 대한 간섭이 심했다"며 "미디어 사업의 시너지 창출 강화를 위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주고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카이라이프 주가도 KT그룹과의 시너지가 반영되면 공모가 이상으로 형성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KT가 모바일카드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올초 인수한 비씨카드도 비싸게 인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KT는 자회사 KT캐피탈을 통해 우리은행과 신한카드가 보유한 비씨카드 88만주(20%)와 60만9400주(13.85%)를 주당 15만5500원에 인수했다. 총 인수금액은 2300억원. KT캐피탈은 지난 3월 보고펀드가 보유한 134만9920주(30.68%)도 인수하는 계약을 했다. 매입가격은 2012년 1분기에 결정되나 자산총액 2조368억원의 10%인 2037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KT는 비씨카드 지분 70%가량을 인수하는데 4500억원 이상 쓰게 된다. 반면 SK텔레콤은 하나금융지주와 함께 설립한 하나SK카드 지분 49%를 확보하는데 4000억원을 썼다.
 
게다가 우리은행, 신한카드, 보고펀드 등 비씨카드 기존 주주들은 KT와 인수협상을 진행하면서 비씨카드에서 대규모 자금을 빼갔다. 지난해 11월 창립 후 처음으로 주당 2만4763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했고 기말배당도 3500원으로 늘려 1243억원을 챙겼다. 그동안 배당액이 1000~3000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KT는 1000억원 이상 더 주고 비씨카드 지분을 인수한 셈이다.



비씨카드 영업실적도 예전 같지 않다. 지난해 비씨카드 영업이익은 1083억원으로 전년도 781억원보다 늘었지만 순이익은 310억원으로 전년 604억원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중간배당은 비자카드가 2008년 상장하면서 카드사에 배분한 무상주를 회원사에 배분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비자주식 효과를 제외하면 지난해 영업이익은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전망도 낙관할 수 없다. 비씨카드는 회원사의 신용카드업무를 대행하는데 최대 회원인 국민은행이 카드사를 분사했고 우리은행도 우리카드를 하반기에 분사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비씨카드의 수익 및 이익기여도가 높은 중대형 회원사들이 카드 자회사를 만들면서 앞으로 비씨카드 입지가 줄어들 것"이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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