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조짜리 브라질 고속鐵, 한국건설社 포기 "왜?"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11.04.07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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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업비 '50조원'…건설업계 "수익성 담보 어려워"

총사업비 23조원으로 알려진 브라질 고속철도사업에 국내 건설사들의 참여가 부진한 원인은 결국 '수익성' 문제였다. 완공 후 예상 운영수익보다 투자비(건설업계 추산 50조원)가 과다해 수익률이 낮고 이로 인해 금융시장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7일 국토해양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형건설사들이 브라질 고속철도 한국사업단에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최근 현대엠코, 코오롱건설, 한신공영, 삼환기업이 탈퇴를 선언하면서 컨소시엄에 건설사는 1곳도 없다.



건설사들이 사업단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사업성' 때문이다. 고속철도가 완공된 후 예상 운영수익보다 투자비가 과다해 수익률이 낮다는 것이다. 이는 반대로 투자비를 줄이면 수익을 늘릴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23조짜리 브라질 고속鐵, 한국건설社 포기 "왜?"


브라질이 제안요청서(RFP·Request For Proposal)를 통해 제시한 사업비는 23조원이다. 브라질정부가 70%를 부담하고 민간제안자가 30%를 조달해야 한다. 문제는 실제 사업비가 23조원을 넘으면 초과분을 민간제안자가 부담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건설업계는 브라질 고속철도사업비를 최소 40조원으로 추산한다. 이뿐만 아니다. PF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매년 물가인상분만큼 사업비가 증가한다.



고속철도는 10년 가까이 걸리는 초장기 사업이기 때문에 매년 3%대 물가인상분만 반영해도 사업비가 급증한다. 경부고속철도사업비가 당초 8조원대에서 20조원대로 급증한 것은 무분별한 설계변경도 원인이지만 물가상승분이 반영된 탓도 있다. 결국 이자비용과 물가인상분을 반영하면 총사업비는 50조원대로 치솟는다.

특히 브라질 기준금리는 11%대로 알려졌다. 정부가 수출금융 지원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일정 자금을 브라질에서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률은 12% 이상이어야 한다는 게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반면 사업단이 추산하는 총사업비는 30조원을 조금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와 비교할 때 사업비 차이가 10조원을 넘어 수익을 보는 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자기자본비율도 참여를 꺼리게 만드는 조건이다. 자기자본은 사업자의 '먹튀'('먹고 튀다'의 준말)를 방지하기 위해 일정금액의 자본금을 확보해 사업을 추진하도록 하는 것이다.

통상 자기자본비율이 최소 10% 이상임을 감안하면 건설업계가 추산한 총사업비 50조원의 10%인 5조원을 자본금으로 내야 한다. 지금 같은 금융시장 환경에서 건설사들이 지분대로 자본금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최저 15% 이상 수익률을 보장하지 못하면 PF는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며 "자기자본비율을 45%까지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 건설사들로서는 조건을 맞출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변수는 있다. 일부 외신 보도처럼 브라질정부가 RFP 수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좀더 유리한 조건이 RFP에 포함되면 사업 참여 여부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는 새 조건으로 △재정지원 확대 △건설비 지원 △최소운영수입보장(MRG) △계약해지시 지급금 지급 △정치적 문제 △천재지변에 따른 보증보장 등을 꼽았다.

반면 사업단은 브라질 건설사가 전체의 80% 이상 시공해야 하는 점을 감안해 이달 중 브라질 메이저 건설사들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국내 건설업계는 자금·기술력을 보유한 건설사의 전략적 참여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자철도를 우선 건설하고 이후 차량업체나 장비업체가 들어가다보니 건설사들의 리스크가 높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고속철사업은 '리우-상파울루-캄피나스'간 510㎞(9개역)를 고속철로 연결하는 프로젝트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스페인 중국 독일 등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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