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품, 세계시장서 일본식품 빠르게 대체할 듯=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방사능 누출로 세계 각국 정부는 속속 일본 식품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중국과 대만은 일본 후쿠시마 등 5개현에서 생산한 식품 수입을 막고 있고, 싱가포르와 태국, 필리핀 등도 일본 식품 수입 제한이나 검역 강화에 나섰다. 이탈리아 등 유럽 일부국가도 일본에서 생산한 식품 수입을 금지하고 있고, 미국이나 러시아도 일본 특정 지역의 유제품이나 농산물 수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미 조짐은 곳곳에서 보인다. 3000억원이 넘는 일본 김치시장에서 종가집김치 같은 한국업체들의 김치 수출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방사능 오염으로 일본 현지업체 제품에 대한 기피현상이 확산될 수 있어서다. 종가집김치 관계자는 "지난해 일본 수출규모는 250억원 정도로 일본 현지업체와 경쟁이 치열했는데 올해는 일본 식품 방사능 문제가 불거지며 수출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산 청과물의 일본 수출도 크게 늘어날 조짐이다. 지진 피해가 큰 일본 동북지역은 토마토와 오이, 복숭아, 딸기 같은 청과물의 주산지인데 4월부터 출하가 시작되지만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산 청과물 수출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일본 내 참치나 미역, 굴 양식장 피해 규모도 수 십 억엔에 달해 이들 품목의 한국산 수출도 확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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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등 제3국서 일본업체 따돌릴 수 있어=중국 등 제3국에서도 일본 식품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며 한국 식품이 잘 팔릴 전망이다. 중국 상류층 사이에서 고가에 팔리는 두유가 대표적이다. 정식품 관계자는 "베지밀 브랜드로 중국에서 일본 마루산 같은 업체와 경쟁하고 있는데 앞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베지밀 선호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정식품은 중국에 현지 판매법인을 세우고 올해 10억원, 내년에 30억원으로 수출규모를 빠르게 늘릴 계획이다.
김이나 미역 등 해조류 식품도 일본과 중국 공략이 한결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다시마나 미역 같은 해조류 식품의 대 중국 수출액이 지난해보다 100% 이상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경쟁사인 일본업체들이 수출에 나설 엄두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동원F&B 관계자는 "조미김의 지난해 대 일본 수출액은 100억원, 중국 수출은 6억원이었는데 이번 쓰나미 피해로 일본 내 김 양식장 피해가 크고 방사능 유출 문제까지 불거진 만큼 올해는 수출액이 50% 이상 늘 수 있다"고 했다.
농수산물유통공사 관계자도 "지난해 일본은 수산물과 조미료, 주류, 견과류, 스낵류 등 총 6억달러어치를 중국에 수출했다"며 "반면 한국 식품 수출규모는 4억5000만 달러 정도인데 일본산과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앞으로 한국산이 일본산을 대체할 수 있다"고 했다.
유럽 등에서도 어류와 가공식품류 같은 한국 제품이 일본산을 제치고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 주요 10개국에서는 일본산 수산물과 농산물, 가공식품 등을 지난해 20억달러어치 이상 수입했는데 이중 상당부분이 한국산으로 바뀔 전망이다.
◇일본산 대체할 품목, 현황 파악 급선무=한국 식품의 수출 확대를 위한 우회 지원도 절실하다. 우선 농수산물유통공사 등이 주축이 돼 세계 각국에서 일본 식품과 경쟁하는 한국 식품 현황 파악이 급선무다.
전문가들은 "방사능 유출이후 라면이나 생수 등 한국 식품기업의 대 일본 수출이 늘어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아시아 식품업계의 판도 변화가 기대된다"며 "한국 식품기업이 새로운 수출 루트를 뚫을 수 있도록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