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백지화, MB 국정운영 '폭풍속으로'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11.03.3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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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지지도 타격, 조기 레임덕 우려… "대통령, 직접 이해 구할 것"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죽을 맛이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가 확정된 30일 청와대 실무자들 사이에서 나온 하소연이다. 안 그래도 국정 동력이 약화되는 집권 후반기에 '신공항 불발'이라는 대형 악재가 또 하나 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적 기반인 부산경남(PK), 대구경북(TK) 지역의 극심한 반발을 사게 됐다는 점에서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향후 국정 운영에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정 지지도 타격, 보궐선거에도 악재= 당장 이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신공항 입지 평가가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졌다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이 공약을 또다시 뒤집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신공항 외에도 세종시, 과학비즈니스벨트 등 후보 시절 공약했던 주요 국책사업을 '절차와 효율'을 이유로 지키지 못했다. 여론이 좋을 수 없다. 여기에 평가 결과 발표 전 청와대가 '백지화'로 가닥을 잡았다는 얘기가 돌면서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곧 있을 4.27 재보궐 선거에도 악재가 될 전망이다. 강원도지사, 경남 김해을, 경기 성남 분당을, 전남 순천 등 4곳 중 영남권에 위치한 김해을은 직접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번 재보선은 총선 전에 이뤄지는 마지막 선거로 향후 정국을 내다볼 중요한 바로미터다. 신공항 불발로 재보궐 거에서 패배할 경우 여당 내 문책론이 제기되면서 여당 지도부와 내각의 대대적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만들지 못할 경우 정국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 수습 시급, 레임덕 가속화 우려=여당 내 반발을 무마하는 것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집권 후반기 여당내 균열이 생기면 레임덕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밀양을 지지하던 대구·경북, 경남 의원들과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던 부산 의원 모두가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대구를 지역구로 둔 박근혜 전 대표가 신공항 관련 입장을 표명할 계획이어서 친박(친 박근혜)계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친박계로 이한구 의원(대구 수성갑)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동남권 신공항이 백지화 될 경우 이 대통령의 레임덕이 급속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역자치단체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부산은 정부 평가에 수긍할 수 없다며 자체적으로 김해공항의 가덕도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외교)는 "이 대통령과 청와대가 한나라당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재를 뿌리는 모양새"라며 "이 대통령은 열심히 일만하면 레임덕이 안 올 거라고 했지만 일을 하더라도 제대로 해야 레임덕이 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이해 구하기 위해 모든 것 하실 것"= 청와대는 수습책을 놓고 고심 중이다. 우선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평가 결과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구할 계획이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가까운 시일 내에 대통령께서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정부의 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치단체장들을 만나는 것을 포함해 국민과 지역민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그러나 탈락한 TK 지역 등에 반대급부로 혜택을 주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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