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계획정전, 긴급환자 수술도 못해…환자는 불안해

머니투데이 홍찬선 기자 2011.03.30 12:08
글자크기

거세게 항의하면 정전에서 제외..주먹구구식 정전제외에 울화통

일본의 계획정전으로 인해 응급환자를 받지 못하고 중환자의 수술을 연기할 수밖에 없는 병원이 나오는 등 의료현장에서도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고 아사이신문이 30일 보도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사고 등으로 전력이 부족해 지역을 나눠 순차적으로 정전하는 계획정전을 하면서 일부 병원은 정전에서 제외됐지만 명확한 ‘제외 기준’이 없는 상황. 전력수요가 많은 여름에는 전력부족이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아 환자와 병원에서 불안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에서 대동맥혈전증 등 심장혈관 치료를 잘 하는 것으로 유명해 응급차(앰뷸런스)가 연간 6000회 이상 들어오는 가와사키사이와이병원(가와사키시 소재). 통상 간토(關東) 지역에서도 환자가 찾아와 3개월 이후까지 심장수술 예약이 꽉 차 있는데, 계획정전으로 모두 연기했다.

정전 시간이 날마다 다른데다, 정전되기 직전까지도 알 수 없기 때문에 길면 10시간이상 걸리는 수술 계획을 짤 수 없다. 비상용 발전기로 인공심폐장치를 가동하고 있을 때 발전기가 고장나면 환자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불안감도 있다.



대동맥 혈전은 파열될 경우 사망률이 높아 언제까지 연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정전이 계속되면 4월 이후에는 위험을 각오하고서라도 수술을 재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치의대(自治醫大) 사이타마의료센터(사이타마시 소재)도 정전시에는 예약환자 이외에 외래환자 접수를 중지하고, 수술건수도 제한하고 있다. 비상용 발전기 연료인 중유(重油)를 확보하기 어려워 골치를 앓고 있다.

재해거점병원으로 지정돼 있는 가미츠가(上都賀)종합병원(도치키현 가누마시 소재)에서도 CT(컴퓨터단층촬영)와 MRI(자기공명단층촬영) 같은 화상진단기기를 작동시키기 위해 발전기 용량을 확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비용이 수천만엔이나 돼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 병원의 히로다 사무부장은 “의료기관은 계획정전에서 제외해주기를 희망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계획정전에서 제외된 병원도 있기는 하다. 긴급구명센터인 사이타마적십자병원(사이타마시 소재)는 정전시에 CT, MRI를 사용할 수 없어 머리에 외상을 입은 환자와 뇌졸중 환자 같은 응급환자의 화상진단을 할 수 없었다. 교통사고를 당해 혼수상태로 후송돼 온 환자는 인근의 대학병원으로 다시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 뒤 가토 병원장이 도쿄전력에 강력히 요청해 계획정전에서 제외됐다.

도쿄전력은 자위책을 호소하면서도 사회적 영향이 큰 철도와 병원 일부를 계획정전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명확한 기준은 없고, 정전에서 제외된 병원과 수도 공표하지 않고 있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변전소에서 떨어진 병원을 정전에서 제외하면 주변의 가정과 사무소에도 전기를 공급하게 돼 계획정전의 효과가 약해진다고 밝히고 있다.

가와사키사이와이병원을 경영하는 의료법인 이사장이며 일본병원협회 상임이사인 이시이 에이키 씨는 “고충을 얘기하는 병원을 제외하는 등 도쿄전력의 대응은 주먹구구식이다. 응급 및 중증환자를 다수 치료하고 있는 병원부터 우선적으로 송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