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국제유가 가라앉힐까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11.03.1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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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사태로 인한 인상요인이 커"… 반론도 만만치 않아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대지진으로 원유수요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치솟던 국제유가가 1% 넘게 하락했다.

세계 2위의 원유수입국 일본의 산업생산이 큰 타격을 받은 탓에 세계 원유소비량이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14일 새벽 뉴욕상업거래소 전자거래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4월 인도분은 한때 배럴당 1.98달러(2%) 하락한 99.18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은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소비량의 5.2%를 차지하는 3대 원유 소비국. 이번 지진으로 정제시설 중 30% 가량이 피해를 보았고, 앞으로 소비 위축도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HSBC는 "일본 대지진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중동사태 이전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고, 국내 정유업계도 비슷한 시각이다.

물론 "일본변수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진으로 인한 '수요 감소'보다는 중동 산유국들의 '정세불안'이 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일본 대지진이 유가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각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90%은 중동산으로, 이번 사태로 인한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원유소비가 줄어도 휘발유 등으로 몰리는 대체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 본부장은 "일본이 원유 대신 휘발유 등의 수요를 늘릴 경우 제품가격 인상이 예상된다"며 "이는 원유가격의 하방경직성을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 관계자는 "정제시설 피해로 원유수요가 준다는 점은 국제유가 하락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도 "석유제품이 오를 가능성이 있어 문제를 복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18일 석유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 회의를 열고 최근 국제석유시장 동향과 유가전망을 점검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 11일 일본 최대 석유회사인 JX NOE(옛 신일본석유)는 SK이노베이션에 원유 재판매가 가능한지 여부를 타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JX NOE는 3개 정유공장 가동을 중단했는데 이미 계약된 수입물량은 계속 들어오고 있어서다.

국내 정유사들이 일본에서 원유를 대신 정제해주는 방식도 있을 수 있으나, 설비가동 한계 탓에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일본 전체적으로 유류제품이 부족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원요청이 온다면 논의할 필요가 있으나 아직 공식적인 요청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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