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다음 하이닉스 LG화학...'넘버2'의 재발견'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1.03.1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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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다음 하이닉스 LG화학...'넘버2'의 재발견'


2등주의 약진이 거세다.

올 들어 증시 조정장에서 25%가 넘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인터넷 포털업계 2위 다음 (48,200원 ▼400 -0.82%)이 대표적이다. 지난 9일까지 포털 대장주 NHN (185,500원 ▲1,100 +0.60%)의 주가가 20.7% 하락한 것과 비교된다. 2개월여만에 수익률 차이가 45% 넘게 벌어졌다.

자동차주 2위 기아차 (118,700원 ▲700 +0.59%)(24.3%)의 주가 상승률도 현대차 (248,000원 ▼3,000 -1.20%)(8.6%)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해 연간 수익률에서 현대차의 3배를 넘긴 데 이은 위협적인 성장세다.



화학업종에서는 1위 LG화학 (401,500원 ▼1,000 -0.25%)이 2.0% 상승률로 선전하고 있지만 호남석유화학에 비할 게 못 된다. 호남석유화학 (105,000원 ▼2,500 -2.33%) 주가는 올 들어 29.6% 올랐다.

IT 반도체업계 2위 하이닉스 (173,200원 ▼1,000 -0.57%)는 업황 회복 지연에도 불구하고 18.3%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기간 1위 삼성전자 (78,400원 ▲900 +1.16%)는 6.2% 하락했다. 포스코 (403,500원 ▼1,500 -0.37%)(-4.4%) 주가도 현대제철 (31,550원 ▼800 -2.47%)(4.0%)에 비해 약세다.



증권가에선 무엇보다 실적 개선세가 1등을 제친 동력이 됐다고 보고 있다. 다음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41.2%, 119.8% 증가했다. 두 부문이 각각 6.1%, 14.2% 증가한 데 그친 NHN에 비해 성장세가 뚜렷하다. 관련업계에선 올해도 다음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20% 성장하며 15% 전후인 NHN을 앞설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차의 실적 증가세도 현대차를 웃돈다. 기아차는 지난달 17만7346대를 판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27.8% 늘었다고 밝혔다. 현대차 2월 판매증가율 12.1%를 2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HSBC증권은 "2월 판매량 증가로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률(12.3%)에서 포스코(7.1%)를 사상 처음으로 앞질렀다. 올 1분기 소수점 한자릿수 차이 박빙 승부가 예상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선례를 따라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2등주에 비해 성장률 성숙기에 들어선 대장주는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다"며 "업황이 좋을 때 2등주 실적이나 주가가 더 좋게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럽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과감한 투자도 2등주 재평가에 디딤돌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호남석유화학은 지난해 7월 말레이시아계 석유화학업체 타이탄을 인수한 데 이어 최근 인도네시아에 유화공장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이닉스도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인 3조4000억원을 메모리 부문에 투자할 방침이다. 지난달 23일엔 6370억원을 들여 기존 공장을 증설하겠다고도 공시했다.

현대제철은 지난 2006년 6조2300억원을 들여 착공한 당진 일관제철소가 지난해부터 본격 가동하면서 실적과 주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달 외국인 자금 이탈이 문제가 된 상황에서 수급 역시 2등주 약진에 우호적이었다. 지난달 1일부터 지난 4일까지 외국인은 하이닉스 2353억원, 기아차 1790억원, 현대제철 621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반면 LG화학(2031억원), 삼성전자(1943억원), 포스코(1920억원) 등은 매도물량을 쏟아냈다.

당분간 실적 개선세에 기댄 2등주 약진은 이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철저하게 실적 중심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다만 2등주라고 해서 모두 펀더멘탈이 좋은 것은 아닌 만큼 옥석을 가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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