氣를 통하게 하라

정지천 동국대 분당한방병원 내과 교수 2011.03.2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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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청계광장

요즘 몸이 무겁고 결리면서 찌뿌듯하고 여기저기 아프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이유는 뭘까? 별다른 원인이 없다면 겨우내 거의 운동하지 않고 활동량도 적으면서 너무 편안하게 쉬기만 했던 탓으로 볼 수 있다. 그로 인해 기(氣)가 안일(安逸)하여 정체(停滯)되고 그래서 담(痰)을 생기게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혈액 순환도 느려지고 특히 노년층의 경우에는 어혈(瘀血)도 생겨난다. 또한 체질적으로 열이 많은 사람이 땀을 별로 흘리지 않은 경우 열을 발산시키지 못해 몸속에 화(火)가 쌓인다.

한의학에서 내부적인 질병을 일으키는 주된 요인은 기(氣), 혈(血), 담(痰), 화(火)의 4가지다. 혈은 부족하거나 혹은 흐름이 막혀 어혈이 생기기 때문이고, 담은 몸속의 물기가 유통되지 못하고 엉켜서 가래처럼 끈적끈적하게 된 것으로 여기저기 쌓여서 오장의 활동과 기, 혈의 소통을 방해하기 때문이며, 화는 열을 치솟아 오르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겨울 동안 몸에 이상이 발생하기 쉬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기와 담은 혈처럼 형태가 보이는 것도 아니고 화처럼 밖으로 드러나는 것도 아니기에 각종 검사로 진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기는 동양학에서 우주 만물의 근원으로서 물질적, 기능적, 에너지적, 정서적인 의미를 지니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인체에서는 혈맥과 경락을 통해 온몸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생장, 발육을 비롯한 모든 생리기능에 작용을 나타내기에 생명활동을 유지하게 하는 근원이 된다. 다만 기는 무형(無形), 무상(無象)이기 때문에 직접 관찰하기 어렵고, 생체(生體)에만 존재한다.

좀 과장된 표현이지만 한의서에 ‘모든 병이 기에서 생겨난다(諸病皆生於氣)’고 했다. 기가 허약해진 것도 문제지만 소통되지 못하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기의 소통이 혈의 순환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가 통해야 혈이 통하는 것이고, 기가 통하지 않게 되면 혈도 통하지 못한다.



기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면 곳곳에 통증이 유발되는 ‘기통(氣痛)’, 숨이 차서 헐떡거리는 ‘기천(氣喘)’, 몸이 붓는 ‘기종(氣腫)’,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는 ‘기림(氣淋)’, 대변이 시원치 못하고 변비나 설사 혹은 변비와 설사가 교대로 나타나는 ‘기비(氣秘)’와 ‘기설(氣泄)’ 등의 병증을 일으킨다.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감정의 변화가 지나칠 경우에는 기가 한곳에 맺혀 머물러 있으며 흩어지지 않는 ‘기울(氣鬱)’이 돼 무기력해지고 생기가 없어져 의욕이 상실된다. 심할 경우에 중풍, 협심증, 당뇨병, 성기능 장애 등의 중병들도 오게 된다.

동의보감에 정체된 기를 치료하는 명 처방이 둘 있다. 중한 경우는 귤껍질 한가지만을 달인 ‘귤피일물탕(橘皮一物湯)’을 마시면 된다. 귤껍질이 기를 순행시키는 효과가 매우 크고 담과 습기를 제거하는 작용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가벼운 경우는 운동으로 다스릴 수 있다. 2500년 전에 무려 73세까지 생존하였던 공자(孔子, BC 551~479)의 장수비결에도 쉴 새 없이 몸과 마음을 써서 노력한 것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공자는 마음이 강해야 몸이 건강하고 몸이 건강해야 비로소 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으며, 천체의 운행이 쉼 없듯이 군자도 항상 움직이고 활동해야 건강하고 오래 산다고 역설했던 것이다.

세상사 모두 막히고 맺혀서 되는 일이 없듯이 ‘기(氣)’도 막히거나(氣滯) 맺히면(氣結) 병증이 생긴다. 기가 안일하면 체한다. 기일즉체(氣逸卽滯)다. 그러지 않으려면 꾸준히 움직이고 운동하며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도록 풀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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