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국회마크는 금색일까

머니투데이 박병천 브레인컴퍼니 대표이사 2011.03.0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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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성공학]브랜드 마크는 핵심가치와 정체성의 상징이다

왜 국회마크는 금색일까


우리 국가브랜드 '코리아'를 가리켜 '디스카운트 브랜드'(discount brand)라고 부르던 시기가 있었다.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를 제품에 붙이면 그 제품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해서 부르던 이름이다. 같은 공장에서 같은 소재와 같은 디자인으로 만든 동일한 가죽지갑이라고 해도 '메이드 인 코리아'가 붙느냐, 아니면 '메이드 인 이탈리아'가 붙느냐에 따라 상품가치가 달라진다.

상품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브랜드는 디스카운트 브랜드, 상품의 가치를 상승시켜주는 브랜드는 프리미엄 브랜드(premium brand)라고 부른다. 국가브랜드 차이 때문에 다른 나라 기업보다 훨씬 더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놓고도 그들보다 디스카운트된 가격에 팔 수밖에 없다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글로벌 환경으로 바뀌면서 국가브랜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우리 국가브랜드가 디스카운트 브랜드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쪽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해외시장에서 대활약을 펼쳐온 전자·반도체·자동차·통신기기사업 등이 큰 몫을 했다. 그리고 한류열풍의 주역인 문화예술, 예능인들 또한 일등공신이다. 또 김연아를 비롯한 여러 종목의 스포츠인들 역시 대단한 기여를 했다.

작게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시민의식 같은 것도 국가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주지만 국가대표급인 주요 기업이나 인물들도 적잖게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청와대나 국회, 법원을 비롯한 국가 주요 기관의 이미지가 국가브랜드 이미지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관점에서 국회의 모습을 보면 늘 아쉬움을 갖게 된다. 멋진 모습, 멋진 의정활동으로 대한민국 국회의 위상을 드높이고 그로 말미암아 국가브랜드 위상까지 높여주기를 당장에 기대하는 것은 과욕일지 모른다. 하지만 마크 하나 바꾸는 것은 그다지 힘든 일이 아닐 텐데, 대체 무슨 사연이 있어서 못바꾸고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대한민국 국회 마크 한복판엔 한자(漢字)로 된 '국'(國)자가 들어있다. 한자란 말 그대로 중국글자다. 중국글자 마크가 국회 본회의장 벽면에 큼지막하게 붙어있고, 세계 각국의 사람들은 그 모습을 화면이나 사진으로 늘 지켜보고 있다.

자기나라의 고유문자를 가졌다는 것은 대단한 자부심이며 긍지다. 그리고 그 자체가 국가브랜드의 일부다. 만약 프랑스가 아닌 다른 나라의 국회 마크에 프랑스어가 들어 있다면 당연히 자국의 고유문자가 없는 나라로 여길 것이다. 또 프랑스의 지배를 받던 나라거나 주체성이 없는 나라로 생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혹 한글보다 한자로 써야 품위가 있다고 생각하던 과거 사대주의적 인식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색깔이다. 대한민국 국회 마크는 금색(金色)이다.

"서민의 대변자가 되겠습니다" "여러분의 심부름꾼, 머슴이 되겠습니다" "국민을 하늘처럼 떠받들겠습니다"라고 외치는 분들과는 잘 맞지 않는 색깔이다. 금색은 국민보다 아주 높은 곳에서 군림하던 황제나 왕들의 색이 아니던가. 그들은 자신의 고귀함과 존엄성 그리고 권위를 상징하기 위해 금관을 썼고 금빛으로 치장했다. 그렇다면 우리 국회가 금색인 것은 국민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려고 하는 것일까.

마크란 브랜드가 추구하는 핵심가치나 정체성의 상징이다. 국회가 추구하는 스스로의 정체성과 금색의 상징내용이 서로 다르지 않다면 굳이 바꿀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금색 배지'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을 용기 있게 떨쳐버려야 할 것이다.

브랜드의 힘을 키우려면 스스로의 장점이나 차별점을 찾아내서 효과적으로 부각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또 한 편으로는 브랜드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요소들을 찾아내 하나하나 제거하거나 개선해가는 노력이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것은 기업의 브랜드든 국가브랜드든 마찬가지다.

한글을 가진 자랑스러운 나라의 국회,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겸손한 국회, 이런 국회의 모습이 마크에 담긴다면 우리 국회가 더욱 자랑스러울 것이다. 또한 이로 인해서 국가브랜드 이미지가 조금이라도 향상되고, 그 덕을 우리 기업들이 누릴 수 있게 된다면 더없이 기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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