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1시간만에 무산된 저가매수 시도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11.02.2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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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조정다운 조정이었다. 하지만 낙폭이 너무 컸다. 다우지수는 178.46포인트, 1.44% 하락했다. 폭으로나 비율로나 지난해 11월16일 이후 최대였다. 종가는 1만2212.79로 지난 2월7일 이후 최저다.

S&P500 지수는 27.57포인트, 2.05% 떨어졌다. 폭으로나 비율로나 지난해 8월11일 이후 최대다. 종가 1315.44는 지난 2월4일 이후 최저다. 나스닥지수 역시 77.53포인트, 2.74% 떨어지며 지난해 여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미끄러졌다. 종가 2756.42는 지난 2월3일 이후 최저다.



◆달라진 매도세, 이게 끝이 아니다

리비아의 정치적 불안이 하락의 원인이었다. 주목할 점은 이날 투자자들의 반응이 이전과 매우 달랐다는 점이다. 개장 직후 3대 지수는 1%가랑 하락했다. 하지만 주가가 하락하자 올들어 여러 차례 목격됐던 저가 매수세가 등장했다.



오전 11시 직전까지 매수세는 매도세를 조금씩 제압하며 낙폭을 줄여 나갔다. 이전처럼 성공하는 듯하던 저가 매수 시도는 오전 11시 무렵부터 꺾기기 시작했다. 이 시각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생중계된 TV 연설에서 외세에 맞서 최후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하며 싸늘한 긴장감이 장내 덮었다. 이를 기점으로 지수는 다시 아래쪽으로 방향을 확 틀었다. 결국 낙폭은 장 마감 때까지 커져만 갔다.

이날 투자자들의 두려움을 나타내는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 VIX는 26.6% 폭등하며 20.80까지 치솟아 올랐다. 장 중 한 때는 지난해 12월2일 이후 처음으로 21을 넘어서기도 했다. 그만큼 투자자들이 불안이 컸다는 의미다.

리비아 사태는 이집트와 사뭇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는 시위대에 대한 무차별적인 탄압을 계속하며 권력을 유지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불확실성 속에 유가 상승..경제 직격탄

게다가 리비아는 전세계 석유 생산량의 2%에 불과하긴 하지만 이집트와 달리 석유 를 생산해 수출하는 국가다. 카다피는 석유 수출항까지 폐쇄하며 유가를 급등세로 이끌었다. 사우디 아라비아가 석유 공급이 부족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장기 독재체제, 시대에 뒤떨어진 왕정체제가 오랫동안 이어져온 중동에서 확산되는 혁명의 불길을 고려할 때 투자자들은 사우디의 말도 믿기가 어려웠다.

사우디 동쪽에 인접한 바레인마저도 시위대의 민주와 요구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석유 생산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유가는 오르고 오른 유가는 소비자들의 가처분 소득을 줄이고 기업의 비용을 늘려 경제에 직격탄을 날린다.

RDM 파이낸셜 그룹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마이클 셸던은 “우리는 미지의 두려움에 직면했다”며 “우리는 정치적 혼란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유가는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지 아무 것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JP모간 펀드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데이비드 켈리는 “유가 상승이 투자자들을 두렵게 만들고 있다”며 “우유 값이 오르면 미국 소비자들은 가난해지겠지만 미국 농부는 부유해진다. 하지만 유가가 오르면 미국 소비자들은 가난해지고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나 부유해지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유가 상승은 미국 경제의 아킬레스건 같은 것”이라며 “미국 경제는 지금 막 젖을 뗀 이유기의 아기 같기 때문에 글로벌 변수에 아직도 매우 취약하다”고 말했다.

◆조정이냐, 침체장의 시작이냐 기로

S&P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샘 스토발은 “투자자들은 새로운 침체장의 시작이냐 조정이냐의 기로에 서 있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하락이 그간 많이 오른데 대한 약간의 하락으로 마무리될 것이냐 아니면 장기간의 약세로 이어질 것이냐 불확실하다는 의견이다.

섀퍼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의 수석 기술적 분석가인 라이언 데트릭은 “경제와 기업 실적이 여전히 탄탄하기 때문에 곧 매수세가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역시 매도세가 며칠간 이어진다면 시장의 심리가 약세론 쪽으로 기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S&P 케이스 실러 주택지수는 지난해 12월 2.4% 떨어져 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준이었다. 콘퍼런스보드의 소비자 신뢰지수는 2월에 70.4로 급등하며 3년래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하지만 경제지표 호재는 중동 악재에 가렸다.

월마트는 미국내 동일점포 매출이 1.8% 줄었다고 발표해 3% 급락했다. 매이시스와 홈디포는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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