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 급락?...난 42개국에 투자한다"

머니투데이 박성희 기자 2011.02.23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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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상승 베팅, 中서 돈 빼서 美 갈아타고.."중동 위기는 투자 기회"

# 서울에 거주하는 김 모씨(33)는 지난 1월 말 '그리스국민은행'(National bank of Greece(ETE))과 '헬레닉통신'(Hellenic Telecommunication Orgarnization(HTO)), 로또 시스템업체인 '인트라롯'(Intralot(INLOT))에 투자했다. 지난해 말 그리스와 아일랜드에서 재정위기가 불거지자 1990년대 말 외환위기 후 국내 주식시장이 급등했던 일이 떠올랐던 것. 올들어 남유럽 증시는 재정 위기에 따른 유럽연합(EU) 붕괴 우려가 해소되면서 빠르게 회복했고, 김 씨는 2개월간 각 종목별로 20% 가량의 수익을 거뒀다.

김 씨는 "올들어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증시가 회복되고 있어 부진한 중국 투자 비중을 줄이고 미국 주식으로 갈아탈까 고민중"이라며 "요즘처럼 국내 증시가 조정을 받을 땐 해외주식이 꽤 짭잘한 수익으로 효자 노릇을 한다"고 귀띔했다.



김 씨처럼 해외주식을 직접 사고 파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1960선까지 무너져도 큰 걱정이 없다. 이들은 이미 경기 회복세가 두드러지는 미국의 부동산 관련 종목이나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활용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만들어놨다.

리비아 정정 불안과 같은 글로벌 이슈가 등장하면 이들은 더 바빠진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최근 중동에서 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중국 최대 국영 석유업체인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 등 유가 상승 수혜 종목을 찾는 문의도 잇따랐다"고 말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해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직접투자 규모는 124억3300만달러(14조 여원)로 전년대비 27.5% 증가했다. 2008년(47만7300만달러)보다는 3배 가까이 불어났다.

제2차 양적완화 등 경기 부양책이 잇따른 미국 투자 비중이 19%에서 24%로 늘었고 0.4%에 불과했던 유럽 등 기타 국가도 9%로 증가했다. 반면 중국·홍콩 비중은 10.5%에서 8%로 줄었다. 지난해 세계 경제 및 증시 흐름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다.

유진관 신한금융투자 글로벌사업팀장은 "지난해부터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고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납세 절차가 간결해지면서 해외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이들이 늘었다"며 "특히 분리 과세 대상이어서 4000만원 이상의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인 자산가들이 선호한다"고 밝혔다.


김석진 리딩투자증권 팀장은 "원자재 급등중에도 상대적으로 덜 오른 원유나 엔화 약세에 베팅하는 상품 등 인플레이션 수혜를 누리거나 변동성이 낮은 안전자산이 올해 유망하다"고 조언했다.

◇ 안방서 최대 42개국 투자.."삼성電-현대차 투자하듯이"

해외주식을 직접 사고 파는 건 아직 많은 투자자들에겐 생소하다. 그러나 알고 보면 '구글'이나 '애플' 역시 삼성전자 (81,000원 ▲3,400 +4.38%)현대차 (241,000원 0.00%) 주식에 투자하는 것만큼 간단하다.

현재 국내에서 해외주식을 직접 거래할 수 있는 방법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매매(온라인)와 전화 주문(오프라인)이다. 온라인·오프라인 모두 가능한 곳은 신한금융투자, 리딩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즐겨 투자하는 미국과 홍콩, 중국은 대부분 증권사에서 온·오프라인 양쪽으로 매매가 가능하다. 신한투자나 삼성증권 등은 이들 주요 투자국에 대해선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투자할 수 있다. 이들 국가를 제외한 유럽과 호주, 캐나다,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두바이, 이스라엘 등은 전화 주문으로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다. 미국에 상장된 주식예탁증권(ADR)을 활용한다면 원자재 가격 상승 수혜를 누리는 브라질과 러시아 등 최대 42개국까지 가능하다.

수수료는 증권사별로, 투자 국가별로 다르다.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즐겨 찾는 중국 및 홍콩의 경우 온라인 주문은 거래금액의 0.3~0.6%, 오프라인은 0.5~0.8% 수준이다.

그러나 최저수수료가 있거나 증권사마다 수수료 적용 조건이 천차만별이어서 투자 총액과 주문건수 등을 잘 따져보고 증권사를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주당 가격이 300달러를 웃도는 애플을 1000주 매수한다면 신한투자(수수료 25달러)가 리딩투자증권(900달러)보다 유리하지만 레스토랑 체인인 '데니스'(Denny's Corp) 같이 4달러에 불과한 저가 종목을 산다면 리딩투자증권(12달러)이 신한투자(25달러)보다 저렴하다.

해외주식은 국내 주식처럼 미수 거래나 신용거래가 불가능하다. 수수료 등 제반비용을 포함한 투자금액을 모두 계좌에 예치해 놔야 한다. 또 증권사마다 한 종목을 매도한 후 그 차익금으로 당일 다른 종목을 매수할 수 없는 국가도 제각각이다.

"한국증시 급락?...난 42개국에 투자한다"


◇ 해외투자의 복병 '세금' 그리고 '환율'

해외주식 투자가 국내 주식 투자와 가장 다른 점은 세금이다. 해외주식으로 연간 250만원을 초과하는 이익을 얻은 경우 양도소득세와 주민세를 합친 총 22%의 세금을 내야 한다. '애플'에 투자해 1000만원의 차익을 남겼다면 750만원의 22%인 165만원을 수익을 낸 분기마다 자진 신고해야 한다.

또 해외주식에 투자해 큰 돈을 벌었다고 해도 환율이 급변하면 환전 후 손익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자체적으로 환헤지가 가능한 펀드와 달리 직접투자는 환율 변동성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투자 전 환율 움직임을 전망하는 게 필요하다.

미국과 홍콩은 상·하한가 제도가 없는 등 국가별로 거래제도가 다르다는 것도 투자 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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