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사이트]가라앉지 않는 잡스 시한부설…포스트 잡스는?

머니투데이 김경원 기자 2011.02.21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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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만찬 참여불구 시한부설 보도에 술렁, 23일 주총참석이 관건

↑최근 건강악화설에 시달리는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7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미 정보기술(IT) 업계 대표들 간의 만찬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 백악관이 공개한 행사 사진에서 잡스 CEO(오른쪽 검은색 니트차림)가 오바마 대통령의 왼쪽에 앉아 건배를 위해 잔을 들고 있다. ↑최근 건강악화설에 시달리는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7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미 정보기술(IT) 업계 대표들 간의 만찬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 백악관이 공개한 행사 사진에서 잡스 CEO(오른쪽 검은색 니트차림)가 오바마 대통령의 왼쪽에 앉아 건배를 위해 잔을 들고 있다.


애플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가 지난 17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실리콘밸리의 비즈니스리더들과 만나는 자리에 참석했다. 백악관은 한 벤처투자자의 집에서 비공개로 열린 모임의 사진을 공개했다.
 
하지만 타블로이드신문 '내셔널인콰이어러'의 '6주 시한부설'로 촉발된 잡스의 '건강이상설'에 대한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백악관이 공개한 사진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바로 왼쪽에 앉은 잡스는 뒷모습만 보인다. 잡스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공개된 사진이 오바마 대통령을 정면이 아니라 뒤쪽에서 비스듬히 찍었다는 의미다. 보통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사진은 대통령의 정면 얼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상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혹시 백악관은 잡스의 모습이 찍힌 사진을 통해 '건강이상설'에 대한 논란을 가라앉히는 동시에 '병색이 짙을 수도 있는' 잡스의 얼굴은 숨겨주는 배려를 베푼 것일까. 알 수 없다. 다만 '잡스가 없는 애플은 어떻게 될까' 생각해볼 수는 있다. '잡스=애플'이란 인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잡스 없는 애플'은 상상할 수 없다고? 그렇다면 생각을 바꿔라. 애플이 광고하는 대로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



[글로벌 인사이트]가라앉지 않는 잡스 시한부설…포스트 잡스는?
◇애플, 잡스의 원맨쇼가 아니다=잡스는 자기 손으로 세운 애플에서 쫓겨났다가 1997년, 12년 만에 복귀했다. 그리고 1년 만인 1998년 '아이맥'을 내놓았다. 미국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가 물었다. 당신의 복귀가 애플에 갖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12년 만의 복귀에 감격스러울만도 했을 잡스는 '쿨'(cool)하게 답했다. "아무것도 모르시는군요. 이건 원맨쇼가 아닙니다."

잡스가 애플에 비전을 제시하는 가장 중요한 인물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애플의 전부는 아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애플이 연간 1000억달러 넘는 매출을 올린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한 사람이 어떻게 1000억달러 넘는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포브스'는 "잡스가 '아이튠스' '아이폰' '아이패드' 등 히트상품을 만드는 과정에 영감을 제공하긴 했지만 이들 제품을 직접 설계하지는 않았다"며 "애플의 히트상품은 잡스의 작품이라기보다 애플이라는 조직 전체의 작품"이라고 지적했다.



잡스가 전면에 나서 애플에 열광적인 팬들을 만들고 이 팬들의 기반을 확대하는 '아이콘' 역할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잡스 외에도 탁월한 인재들이 애플의 성공을 만들어왔다.

최고운영책임자(COO) 팀 쿡은 이미 잡스가 2004년과 2009년에 2개월과 6개월씩 2차례 병가를 냈을 때 잡스 대신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무난히 소화해냈다. 특히 2009년에는 잡스가 없는 중에도 '아이폰' 판매 돌풍을 일으키며 경영능력을 증명해보였다. 전세계에 흩어져 있던 공장을 폐쇄하고 생산을 외주로 돌려 애플의 수익성을 높인 것도 쿡이었다.

물론 그가 생산과 재무 등 일상적인 경영업무에는 뛰어나지만 비상한 비전을 제시하고 창의력을 발휘하는 데는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 그렇다면 애플의 최고 경쟁력 중 하나인 디자인을 설계하는 조너선 아이브와 애플이 만드는 상품들을 잇따라 히트시키며 애플을 사랑받는 기업으로 마케팅하는 필 실러를 모르고 하는 얘기다. 쿡과 아이브, 실러는 잡스의 비전을 현실화하는 '환상'의 삼두체제다.


◇통찰력 있는 잡스, '포스트 잡스'를 준비했다=잡스는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끄는 요소로 전략, 인재, 제품을 꼽는다. 잡스는 복귀한 후 비즈니스위크와 인터뷰에서도 "우수한 인재가 훌륭한 전략, 유능한 경영진을 만나 (제품개발이라는) 성과를 올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관점에서 잡스는 쿡과 아이브, 실러 등 각 부문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인재들을 영입해 조직력을 갖춰왔고 이미 3∼4년 후를 내다보며 신제품 라인업을 준비해왔다. 인재와 제품 측면에서는 '잡스 없이도' 앞으로 3∼4년, 혹은 5∼6년까지도 애플은 문제가 없다.

문제는 전략이다. 잡스의 통찰력과 비전, 창의력이 종합돼 나타나는 명확히 차별화되는 전략은 오로지 잡스의 것이다. 전략과 비전이란 측면에서 애플의 성공은 오롯이 잡스의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잡스는 자신의 부재가 곧 '애플의 전략 부재'가 되는 상황을 고민하지 않았을까. 이에 대해 기술기업 리서치 회사인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티지의 대표 덤 바자린은 "잡스가 지난 5년간 가장 주력한 일은 자신이 없어도 애플을 이끌어나갈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경영진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잡스는 2005년 전세계 젊은이들의 가슴을 울린 스탠퍼드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죽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죽음은 우리 모두 공유해야 하는 최종 목적지다. 죽음은 삶이 만든 단 하나의 최고 발명품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잡스는 이미 2004년 췌장암 수술 때 죽음의 문턱에 가까이 가봤다고 스스로 고백했다. 이미 죽음 근처에 가본 인물이니 '포스트 잡스'를 준비해왔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잡스 세번째 병가 이후 애플 주가 추이(1월18일~2월18일). 단위: 달러. 출처: 블룸버그통신. ↑잡스 세번째 병가 이후 애플 주가 추이(1월18일~2월18일). 단위: 달러. 출처: 블룸버그통신.
↑ 잡스 두번째 병가 이후 애플 주가추이(2009년 1월15일~6월25일). 단위: 달러. 출처: 블룸버그통신. ↑ 잡스 두번째 병가 이후 애플 주가추이(2009년 1월15일~6월25일). 단위: 달러. 출처: 블룸버그통신.
◇잡스 없을 때도 애플 주가는 '고(Go) 고(Go)'∼=애플 주가는 '잡스 주가'로 불린다. 잡스의 건강상태에 따라 오르고 내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전문지 '더스트리트닷컴'의 칼럼니스트 제이슨 슈워츠는 "잡스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이미 애플 주가는 '잡스 없는 애플'을 반영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잡스의 건강문제로 애플을 판다 해도 애플 대신 인텔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를 매수할 것인가"라는 말로 애플을 대체할 만한 기술주가 뚜렷하지 않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잡스의 병가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애플 주가는 10%가량 오르며 7% 가까이 상승한 나스닥지수를 앞섰다. 잡스가 2009년 간 이식 수술을 받느라 6개월간 쉬는 동안에도 애플 주가는 67% 상승했다.

애플의 성장스토리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밸류에이션도 그리 높지 않다. 이 때문에 미다스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톰 윈밀은 "잡스의 건강 문제가 애플 주가에 부담은 되겠지만 약세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23일 애플 주주총회에 잡스의 참석여부가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다. 잡스가 불참한다면 '시한부설'이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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