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도 자원봉사도 내손으로…'히말라야 산타'

머니투데이 뉴시스 2011.02.1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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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금도 자원봉사도 내손으로…'히말라야 산타'


해발 3200m, 히말라야를 품은 네팔 남부의 카필바스투 지역. 20대 대학생부터 50대 동화작가까지 10명의 산타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호기심 어린 눈을 빛내는 아이들과 마주했다. 네팔의 아동들에게 학교를 지어주자며 뭉친지 꼬박 5개월만에 이뤄진 만남이었다.

지난해 11월 10명으로 구성된 '히말라야 산타' 원정대가 네팔을 찾았다. 이들이 네팔에 학교를 지어주기로 결심한 계기는 국제아동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이 진행하는 '기빙클럽(Giving Club)'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부터다.



'기빙클럽'은 후원자가 특정 사업을 지정하고 일정기간 직접 모금활동을 진행해 세이브더칠드런의 사업을 지원하는 활동가 클럽이다.

'히말라야 산타'의 경우 참가자들이 네팔에 초등학교를 짓기 위해 모금활동을 하고 네팔 현지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학교 건축에도 직접 참여하게 된다.



세이브더칠드런은 18일 '히말라야 산타' 2기 출정을 앞두고 새로운 참가자들을 모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히말라야 산타'의 가장 큰 특징은 후원자가 직접 모금에 참여하는 '참여형 기부 여행'이라는 점이다. 산타 1기의 경우 지난해 6월부터 직접 노트를 제작해 판매했다. 방 구석에 먼지가 쌓인 채 방치돼 있던 개인 소장품을 벼룩시장에 내놓는 등의 방식으로 모금활동을 벌였다.

이들은 이같은 방식으로 5개월간 일인당 200만원씩 2000만원의 수익금을 모았다. 처음 모금활동에 나선 이들로서는 적지 않은 금액을 모으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모금 과정이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산타 1기인 디자이너 이병길씨(31)는 "모금활동을 시작할 당시에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 지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며 "지인들에게 '기부해달라'는 말이 나오지 않아 애를 먹기도 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학생 김경미씨(23·여)는 "처음엔 200만원이 아니라 2000만원이라도 모을 수 있을 것 같았다"며 "하지만 가까운 사람들에게조차 후원 이야기를 꺼내는 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모인 돈은 고스란히 네팔의 초등학교 2곳을 건립하는 데 쓰였다. 후원금을 내는 것도 모자라 직접 찾아가 봉사활동까지 한다는 게 선뜻 이해가 안 될 듯도 하지만 이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번 여행을 통해 네팔로부터 귀한 선물을 받았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소감이다.

김씨는 해가 바뀌었지만 아직 지난 여행의 감동만은 생생하다. 그는 다른 원정대원들과 함께 현지에서 직접 벽돌을 나르고 교실 벽을 쌓아 올렸다.

김씨는 "학교 방문한 이틀 내내 뒤를 따라다니고 한 번이라도 더 손을 잡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사진작가 지망생 조준기씨(28)는 네팔 여행을 통해 자신의 꿈에 한 발 더 다가갔다.

조씨는 "네팔에서 거짓이나 연출이 없는 현지인들의 사진을 찍으면서 아름다운 사진이란 이런 것이라고 느꼈다"며 "사진작가라는 나의 꿈에 대해 다시금 자신감을 갖게 해준 여행이었다"고 전했다.

산타 1기들의 활동은 국내에 돌아와서도 계속됐다. 이들은 국내 모금활동과 네팔에서의 자원봉사 활동 등을 담은 동영상을 유투브에 올려 그들의 활동을 알리고 있다. 후원활동에 참여해준 지인들에게 감사의 편지도 보내는 등 기부활동에 대한 인식 전환에도 앞장서고 있다.

'히말라야 산타'는 4월 2기로 다시 돌아온다. 2기는 3~4월 모금활동을 진행하고 4월에는 직접 네팔 카브르 지역으로 건너가 초등학교 건립 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일정은 7박8이다. 네팔인 가정에서의 숙박 등 현지인과의 교류는 더욱 강화될 예정이다.

세이브더칠드런 김노보 회장은 "단순히 돈만 내는 기부활동에서 벗어나 직접 참여하고 경험하기를 원하는 후원자들의 욕구에 부응하고자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며 "네팔 어린이들을 직접 만나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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