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트 1개'만 풀렸을까

머니투데이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 2011.02.17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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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에세이]"소통하는 지도자가 필요"

작은 너트 1개 때문에 대형 사고가 터졌다. 보도에 따르면 초유의 KTX 탈선사고는 충분히 막을 수 있는 3번의 기회가 있었다. 컨트롤박스의 '너트' 1개를 빠트렸다. 또 컨트롤러 오작동이 3차례나 발생했지만 컨트롤러는 그대로 둔 채 직진선로신호만 응급조치했다. 게다가 관제실은 열차운행에 지장이 없다는 보고만 믿고 선로를 바꾸도록 관제하다가 탈선했다.

대체로 대형사고는 아주 작은 부주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2007년 여름 반도체기업인 S전자 기흥공장에서 잠시 정전사고가 났다. 그래서 무려 7000억원의 막대한 손해가 발생했다. 그것은 바로 배전판 위에 쌓인 먼지를 제대로 청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습기 진 먼지에 스파크가 일어나면서 생긴 사고였다. 1912년 호화 여객선 '타이타닉호의 참극'이 터졌다. 침몰의 직접적인 이유는 선체를 조립할 때 사용한 1달러짜리 '볼트'와 '니벳조인트'의 불량으로 드러났다. 이런 기강해이는 왜 일어나는가.



조선 중기 중종 때 대학자이며 강직한 정치가였던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의 답변이다.

◇"기강은 '공정성' 위에서"



"기강은 '현자'가 나타난 후에 서며 '공정한 원칙'이 세워진 뒤에 시행된다." 다시 말하면 훌륭한 군주가 있어야 기강이 서고 바른 법과 원칙이 있어야 기강이 시행된다는 지론이다. 부주의와 방심이 일어나는 것은 리더의 무능과 부패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얼마전 G20을 앞두고 새로 제작된 광화문 현판이 갈라져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일이 있다. 대한민국 국보 1호인 숭례문 화재현장을 TV로 생방송 시청한 국민들은 관계당국자들의 우왕좌왕하는 대응을 보고 분통이 터지기도 했다. 재복원을 한답시고 국민의 세금을 하염없이 축내는 실정이다. 문화재 공사는 자격증이나 허가가 있는 소수 집단들에 의해 고가에 진행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건설법이나 건설하도급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하도급에 하도급의 하도급으로 공사가 진행되어 내면을 들여다보면 과연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는지 의심이 간다는 비판도 있다.

방위산업도 대표적인 비리의 온상이다. '율곡사업' 비리와 미모의 로비스트와의 질퍽한 스캔들은 줄기차게 국민 모두를 실망시켜왔다. "부패는 헌법이 보장한 자유가 병들었다는 가장 확실한 증상이다." 18세기 영국의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의 경고다.

◇방위산업은 비리의 온상


그렇다면 특권과 부패를 척결키 위한 헌법의 개정논의는 존중돼야 한다. 그래서 근자에 대통령까지 후원하고 나선 이재오 특임장관 중심의 개헌논의는 일면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유신 잔재 청산'과 '청렴사회 구현'이라는 선명한 메시지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또 그것은 국민지지도 1위인 차기 대권주자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정체성을 국민 앞에 가감 없이 드러내게 하는 역사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한 정치학 교수의 지적처럼 "지금 시중에는 박근혜 전 대표를 일컬어 '여자 이명박'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4대강과 예산안 강행처리 등 야당과 소통하지 않고 일방주의 '독재'로 치닫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처럼 박 전대표도 집권하게 되면 '원칙'이라는 미명 하에 불통 지도자가 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확실한 평가작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개헌은 필요하지만 시점은 2012년 이후라는 국민 다수의 여론을 따라야 한다. 그러려면 올해 개헌을 후딱 해치울 생각을 버리고 대권주자별 권력구조에 대한 공약을 국민 앞에 드러내놓고 총선과 대선을 통해 심판을 받는 절차를 따르는 게 순리다. 또 지금 중요한 것은 '국가청렴과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국가청렴위' 강화에 대해서도 깊이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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