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강의 통해 사교육비 1조원 줄이겠다"

머니투데이 최은혜 기자 2011.02.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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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곽덕훈 EBS사장 "소외계층 무상지원 확대".."학교교사로 강사진 개편"

"EBS 강의 통해 사교육비 1조원 줄이겠다"


"EBS는 올해 9800억원에 이르는 사교육비를 경감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강의 이용 건수를 지난해 대비 50% 증가시키고 EBS만으로 수능 대비가 가능하도록 심화분석·개념원리 강의를 확대하겠습니다."

곽덕훈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사장은 13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수능에서 변별력 확보를 위해 어렵게 출제돼 논란이 있었지만 한국교육개발원(KEDI) 보고서에 따르면 EBS 수능강의로 연간 약 6526억원의 사교육비가 경감됐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곽 사장은 "EBS 강의가 사교육에 악용되는 것을 철저히 막고 교재 가격은 지난해 대비 10% 정도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영방송사로서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지적에 "매출액의 3% 수준인 72억원 상당의 강의교재를 소외계층에 무상지원하고 방송을 통해 양질의 교양 프로그램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 2500원 수신료 가운데 EBS에 70원(2.8%)이 돌아오는 수신료 배분율로는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다음은 곽덕훈 사장과의 일문일답.

-지난 한해 수능-EBS 연계 정책이 주요 화두였습니다. 성과와 향후계획은 무엇인지요.
▶지난해 EBS의 강의 이용 건수는 2억730만 건이었습니다. 하루 평균 57만 건에 이르는 것입니다. KEDI가 발표한 한 자료에 따르면 6500여억원의 사교육 억제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는 강의 이용 건수를 지난해 대비 50% 증가시키고 연간 9789억원 정도의 사교육비를 경감하는 게 목표입니다. 연계 교재 수는 언어·수리·외국어영역을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30% 가량 축소하는 방향으로 교육과정평가원과 협의 중입니다. 수준별 강좌와 대학별고사 대비 강좌도 오픈 시기를 앞당기려고 힘쓰고 있습니다.

-2011학년도 수능시험이 어렵게 출제돼 일각에서 'EBS 연계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했는데요. 개선책이나 보완 방안이 있다면.
▶EBS 교재를 내용을 중심으로 개념부터 차근차근 공부한 수험생들은 많은 도움이 됐을 겁니다. 올해는 일각에서 지적한 문제점을 더 보완해 학생들이 고난도 문항과 변형 문제 등에 대비할 수 있도록 심화분석강의 총 1851편을 신설할 예정입니다. 개념원리 강좌도 6698편에서 9741편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사교육 없이 EBS만으로 수능 대비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게 당초 취지였지만 학원 등에서 EBS 요약 강의를 하는 등 일부 부작용도 생겼습니다.
▶사교육에서 EBS 강의를 '악용'하는 것에는 적극적으로 대처하려고 하려고 합니다. 교육과학기술부 학원단속반과 협력해 교재 저작권 단속반을 운영할 예정입니다. 또 교재의 주요 부분을 다룬 요약 강의를 EBS가 연간 두 차례 제공해 사교육 수요를 선제적으로 막으려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사고력을 향상시켜준다는 '기본'에 충실하는 게 사교육에 맞서는 길이 아닌가 합니다. 개념원리 강좌를 확대한 것도 그런 의미입니다.

-결국 '좋은 강의'가 핵심인 것 같은데요. 강의의 질은 강사에서 비롯되지 않나요.
▶EBS가 한때는 학원가의 소위 '1타 강사'를 대거 모셔오기도 했습니다. 초기의 저변 확대를 위해서였죠. 하지만 궁극적으로 EBS는 공교육을 중심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EBS 강사 중 현직 교사와 학원 강사의 비율이 51:49 정도로 교사가 많아집니다. 이제는 교사들이 학원 강사보다 강의도 잘 합니다. 그러나 현직 교사들이 EBS에서 파견근무를 하거나 강의 촬영에 시간 할애하는 것에 어려움이 여전히 많습니다. 학교와 정부의 지원이 많이 부족하죠.

-교재비가 비싸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국정감사에서 교재 가격을 낮추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어떤 방안을 구상 중인가요.
▶EBS 교재는 타 출판사에서 나오는 유사 교재에 비해 60% 수준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능연계 교재 정가를 전년도 대비 10% 인하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중 교재 유통구조 개선도 실시할 계획입니다.

-수능-EBS 연계 강화가 오히려 저소득층 자녀 등 소외계층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준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공영방송사로서 교육기회의 형평성 제고를 위한 책무를 확대해가야 한다는 의견에 분명히 공감합니다. 올해는 사회적 배려대상자에 대한 무상교재 지원을 더욱 확대해 약 26만명에게 105만부 정도를 지원할 예정입니다. 정가 기준으로 72억원 상당 규모로 매출액 대비 3% 수준입니다. EBS의 재정여건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규모입니다. 향후 EBS가 수신료 등 공적 재원을 추가로 확보하게 되면 저소득층에 대한 교재 무상지원 사업을 더 확대해 나갈 겁니다.

-TV 수신료가 불합리하게 배분되고 있는 것에 대해 자주 문제를 제기하셨는데요.
▶현재 EBS 수신료 배분율은 2.8%, 연간 162억원에 불과합니다. 수신료 2500원 가운데 EBS가 70원을 가져가는 셈입니다. 수신료 징수를 대행하는 한국전력공사가 위탁 수수료로 받는 165원보다 적습니다. EBS의 사회적 공헌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합니다. 사교육비 절감과 다문화 가정 교육 지원 등을 위해서는 EBS 수신료를 대폭 올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970원은 돼야 한다는 게 EBS의 입장이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교육을 위한 것 아닙니까.

-EBS의 방송 보도 기능을 확대할 계획은 있는지요.
▶EBS의 방송보도 현재는 많이 취약한 게 사실입니다. 교육과 관련된 정책 등에 관해 학교와 교육계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보도 기능의 강화가 필요합니다. 예산이 확보되면 보도기능을 점진적으로 강화할 방침입니다.

-EBS의 교양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요구도 상당한 것 같습니다.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져 이에 부응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지상파TV를 통해 방송한 '다큐프라임 - 한반도의 매머드'는 일본 NHK에서 방영된 바 있고 조만간 중국 최대 방송사인 CCTV에서도 방영될 예정입니다. 다큐멘터리를 입체영상으로 제작하는 프로젝트도 준비해나가고 있습니다. 다음달이면 세계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를 3D 입체영상으로 재조명한 '신들의 도시 - 앙코르와트' 2부작을 선보이게 됩니다.

-다문화 가정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들 가정이 우리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EBS에서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 다문화 가정의 이주여성이 우리 사회에 순조롭게 적응할 수 있도록 여러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내보내고 있습니다. 한국문화와 언어 등을 습득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습니다. 또 자녀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방송은 물론 경남 교육청과 협력모델을 통해 멘토링 시스템을 운영하려고 합니다. EBS가 찾아가는 교육, 현장 중심의 프로그램도 시도해볼 계획입니다.

-방송통신대학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방송대학TV인 OUN을 출범시키는 등 이(e)러닝에 일찍부터 관심을 보였습니다. EBS 교육 콘텐츠의 디지털화 방안에 대해 소개해 주시죠.
▶사실 제가 수능방송의 원조입니다.(웃음) 1997년에 방송대학의 모든 강의를 인터넷으로도 볼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방송 쪽으로 와 보니 생각보다 디지털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디지털 기기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서 나아가 이제는 완성된 콘텐츠를 어떻게 아카이빙(archiving, 파일보관)화할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유튜브나 최근 유명해진 TED(Technoloy Entertainment Design, 분야별 강연 공개 사이트)처럼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최근 '하버드 특강 - 정의' 프로그램을 방영한 겁니다. 콘텐츠의 FTA가 머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교육 콘텐츠를 스마트 환경에 맞게 개발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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