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000 붕괴...외인, 'BYE 코리아' 왜?

머니투데이 임지수 기자, 박성희 기자 2011.02.1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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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금리동결 불구, 물가 및 긴축 우려 여전...'인플레가 키워드'

외국인투자자들의 매도 공세로 코스피지수가 2000선 밑으로 주저 앉았다.

11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1.31포인트(1.56%) 하락한 1977.19로 마감했다. 종가기준으로 지난해 12월 8일 1955.72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시가총액은 1098조2146억원으로 전날(1115조6672억원) 보다 17조4000억원 가량 급감했다.

외국인들이 6157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전날 1조원 이상의 순매도를 보인 것을 포함해 한주간 2조2700억원의 매도우위를 나타냈다.



◇금리동결에도 외인 '팔자'..왜?

그동안 인플레이션 압력과 이에 따른 긴축 우려감에 한국 주식을 내다팔았던 외국인들은 이날 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매도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2.75%로 동결했다.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투자자금은 이머징마켓에서 선진국 시장으로 꾸준히 빠져나가고 있다.이날 금리가 동결됐음에도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진 것 역시 물가와 긴축에 대한 우려감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한은은 금리를 동결한 뒤 당분간 물가 상승률이 4% 내외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며 물가 우려를 강하게 드러냈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의 물가 상승 정도 등을 감안했을 때 3월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등 물가 불안 및 긴축에 대한 우려감은 여전히 남이 있다"며 "3월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이후부터는 분기별로 한차례씩 금리를 인상하는 '베이비 스텝'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은행이 시장 예상과 달리 금리를 동결한 것이 오히려 외국인의 투심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국계 증권사 리서치헤드는 "인플레이션 진정을 위해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렸어야 하는데 인상이 또 다시 늦춰져 실망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정부가 경제성장과 물가안정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하는데 한 가지를 택하지 않으면 모두 놓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집트 불안 고조도 외국인 탈이머징 '일조'

여기에 이날 남북 군사실무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거론되고 진정 기미를 보였던 이집트 사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외국인 매도세를 자극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존 스파키아나키스 방크 사우디 프란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1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무바라크는 부진한 이집트 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그의 대국민 연설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것과 정반대"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 몇 주간 이집트 쇼크가 완화됐으나 이번 연설을 계기로 투자자들은 다시 매도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득이나 인플레이션 우려에 초조한 외국인들의 이머징 엑소더스가 이어지는 가운데 고조된 이집트 불안이 다시금 매도세의 촉매가 됐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무바라크 퇴진 거부 소식이 전해진 이날 아시아 증시는 큰 폭 하락했다.
대만 증시 가권 지수는 전일 대비 2.57% 밀려 8609.86으로 거래를 마쳤다. 대만 증시는 최근 6개월 중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스 지수(STI)도 하락 마감했다. 반면 홍콩과 중국 증시는 상승 마감했다. 일본은 건국일로 휴장이다.

일본을 제외한 모간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아시아퍼시픽 지수는 이날 하락한 것을 비롯, 한 주간 약 4% 떨어졌다.

◇외국인 매도세 언제까지

외국인들은 인도, 태국 등에서는 지난해 말 부터 강도 높은 매도세를 보였던 것과 달리 한국과 대만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물가 부담이 적고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 등을 이유로 차별화된 시각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차익실현을 위해 한국과 대만으로까지 매도 대상을 확대하면서 지난달 말부터 매도 강도가 강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음달 중후반까지는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다음달 초 아시아 신흥국 긴축 우려감의 핵심인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중국의 긴축 정책이 어느 정도로 진행될 지 가늠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은 금통위가 다음달 10일 열리고 미국의 2월 고용지표 등 주요 경제지표들이 3월 첫 주에 포진해 있는데다 3월 중순 이후에는 미국과 한국에서 프리 어닝시즌이 시작된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3월 초 중국 전인대와 국내 금리결정, 그리고 국내 기업의 올 1분기 실적까지 확인한 뒤 외국인들이 포지션을 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들 사이에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진정되지 않은 이상 외국인이 쉽게 매수로 돌아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장영우 UBS증권 대표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가 잦아들려면 인플레이션이 진정 기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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