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만이 아닙니다. 마케팅업계, 사회도 그런 것처럼 보입니다. 몇년 동안 유니크하거나 굵직한 마케팅 사례가 별로 안보입니다.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한 '꽃보다 남자'나 '미녀는 과로워', 아이폰4와 앱스토어 열풍, '슈퍼스타K2'나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가 눈에 띄지만 우리 스토리, 독자모델은 아니죠. 기아차 K시리즈나 갤럭시탭 정도가 시장에서 반응을 이끌어냈다면 이끌었는데 태풍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영화는 반짝하는 것 같더니 2010년엔 핏빛 잔혹 무비들이 이어지면서 한국영화를 무섭게 만들었습니다. 그나마 소녀시대나 카라 등 걸그룹이 한류바람을 다시 지핀 것과 감동스토리가 좀 늘어난 게 위안을 줍니다. '경청'이나 '배려' 등 사회적 웰빙책들의 선전, 6·2지방선거에 등장한 트위터선거와 극적인 반전, '슈퍼스타K'의 허각이나 '남자의 자격'의 박칼린 감독….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 증대와 착한 소비 등은 좋았습니다.
최근 경력직을 뽑느라고 면접들을 해보니 이런 사회적 분위기나 기업체 현황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는데 나름 좋은 회사에 다니는 대리·과장급들이 자신들 회사가 비전이 없고 산업기회는 점점 줄고 경영진이 옛날 관행대로 결정하는 문화가 싫어서 옮기고 싶다고 합니다. 스마트사회, 감성사회, 하이터치시대라고 하는데 우리 사회의 창조적 분위기가 약하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에 콜라보레이션을 하려고 왕자웨이 김독을 만나 에피소드를 들었는데 다른 영화를 만들다가 시간이 남아 심심해서 만든 게 '중경삼림'이라고 하더군요. MIT 창업자 니컬러스 니그로폰테는 "창조는 원래 비효율적인 것"이라고 했죠. 공장에서 기계로 생산하는 것과 수십 장의 원고를 썼다 지우고 그림을 찢어던지고 실수투성이 공연을 비교해보면 알 겁니다. 효율의 잣대를 너무 들이대지 마십시오. 실수와 실패는 베테랑에게 붙는 또하나의 훈장입니다. 베테랑의 가슴에 훈장만 보지 말고 얼굴과 몸에 난 상처투성이도 보아야 합니다. 그 실수들의 결과가 베테랑인 겁니다.
실수하는 도전에서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스토리가 많은 기업이 결국 베테랑 기업이 됩니다. 2개의 터널을 만드는 창조적 실수. 잃어버린 3년이 그런 실수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