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제로섬 게임' 동남권 신공항 내홍

머니투데이 박성민 기자 2011.02.07 17:40
글자크기

총선 1년여 앞두고 유치전 가열, '부산-밀양' 양보할 수 없는 싸움

총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책사업' 유치를 위한 여당 의원들의 경쟁에 불이 붙었다. 유치에 실패할 경우 "기껏 뽑아줬더니 해준 게 뭐가 있냐"는 싸늘한 지역 민심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동남권신국제공항' 건설을 둘러싼 부산과 경남 밀양의 싸움이 대표적이다. 대구·경북·경남·울산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밀양을 지지하고 있다. 설 연휴 기간 지역구 민심을 수렴한 의원들은 '신공항 유치'에 정치 생명을 건다는 각오다.



밀양을 지역구로 둔 조해진 의원은 7일 국회에서 4개 시도의회의 의원들과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밀양은 영남권 5개 시도와 1시간 이내로 접근성이 좋을 뿐 아니라 경제성, 환경영향측면, 안전성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호소했다.

조 의원은 "입지 후보지간 유치전이 뜨거워지면서 2009년 이후 수차례 선정이 연기됐고 정부의 무책임한 발언으로 영남권 지자체간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며 "정부는 올해 3월 입지를 선정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쟁 후보지인 부산에 대해서도 "부산시는 가덕도가 아니면 차라리 무산돼야 한다는 소아적 지역이기주의를 버려야 한다"며 "당초 약속한대로 입지선정 결과에 승복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대구를 지역구로 둔 한 의원은 "신공항이 걸려 있기 때문에 과학벨트 유치에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며 과학벨트보다는 신공항 유치에 우선순위가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경북지역의 한 의원은 "설 연휴 때 가보니 무슨 일이 있더라도 가져와야 한다는 여론이 무섭더라"며 "충청권의 요구가 강한 과학벨트 보다는 신공항 유치가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1:4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부산 지역 의원들의 입장도 절박하다. 김정훈 의원은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입지 선정문제가 정치적 대결로 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리적 심사 평가를 통한 공개적인 경쟁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공항 입지를 정한다면서 아직 해당 지자체의 의견도 듣지 않고, 현장 조사도 없었다"며 "누구든 승복할 수 있는 투명한 경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40%로 돼 있는 안전성 평가 비중을 30%로 낮추려는 것은 입지 후보지 주변에 산이 많아 안전성 면에서 불리한 밀양을 밀어주겠다는 것"이라며 정치권의 개입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처럼 의원들은 하나같이 "정치적 싸움이 돼서는 안 된다"며 입을 모으고 있지만, 신공항 입지 선정은 결국 총선을 앞둔 의원들의 생존권을 건 싸움이 될 전망이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탈락 지역의 민심 이반도 우려할 부분이다. 영남권 한 의원은 "정부 여당 입장에서는 아무런 정치적 이득도 없는 제로섬 싸움을 하는 꼴"이라며 내년 총선과 대선 표심에 우려를 표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