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방통위의 집단기성(奇聲)

머니투데이 김준형 증권부장 2011.02.0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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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주식시장에서 지분율을 이야기 할때 의미 있는 기준선들이 몇 개 있다.
지분율이 5%를 넘어가면 회사의 경영에 영향을 미칠만한 지분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지분변동이 있을땐 반드시 공시를 해야 한다.

10%가 넘으면 회사의 경영권을 움직일 수 있는 지분으로 취급된다. 단일 펀드 안에 특정 회사 주식을 10% 이상 보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를 10%로 제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5%나 10%가 갖는 의미는 굳이 대단한 '지성'을 갖추지 않아도 '시장'에서는 상식의 영역에 속한다.

그런데 보건복지부의 잣대는 한참 달랐다. 보도채널 사업자로 선정된 연합뉴스TV에 14.876%의 지분을 출자, 2대주주로 참여한 것은 "경영주체로 참여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란게 복지부의 유권해석이었다. 따라서 의료법인이 영리활동을 할 수 없게 돼 있는 의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컨소시엄'을 구성해 15%에 달하는 지분을 사들이고, 그것도 새로 설립되는 법인에 2대주주 발기인으로 참여하는 행위가 '경영'과 무관하다는 기이한 해석을 증권 감독 당국이 들으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궁금해진다.

을지병원 출자의 문제점을 인정, '종편채널4개+국영 보도채널 1개'라는 구도 자체가 흔드는 '반란'을 도모할 만한 강단을 복지부에 기대하는 건 무리였을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쳐도 자기 밥그릇까지 통째로 엎어버린 '통 큰 규제완화'를 해야 했던 복지부 공무원들의 입장은 보기에 딱할 정도이다.

복지부 공무원들로서는 애초부터 짐을 떠넘긴 방송통신위원회가 원망스러울지 모르겠다. 방통위가 입버릇처럼 말했듯'시장에 맡긴다'는 생각이었으면 애초부터 종편이건 보도채널이건 개방하면 그만이었다.
공중파 주파수처럼 '한정된 재화'도 아닌 이상 케이블 채널을 확보하고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이면 시장에 뛰어드는게 '시장논리'이다.


4개나 되는 종편을 탄생시키고, 상위 순번 채널 배정이나 광고특혜같은 '비시장적 방법'을 고민하는 방통위가 말하는 '시장'은 어떤 것인지 혼란스럽다.

매년 300억원이 넘는 돈을 정부로부터 직접 지원받는 국영 통신사를 보도채널 사업자로 단독 선정해 민간 시장에서 경쟁하도록 한 대목에선 방통위의 '시장'이나 '공정경쟁' 개념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시장'과는 다른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든다.

"집단지성이 도출한 최선의 결과"(이병기 심사위원장)라던 종편·보도채널 심사에서는 기본적이고 결정적인 시장 및 정책변수가 처음부터 평가 고려대상에서 아예 빠져 있었다.

의료법인이 영리행위를 하는게 문제가 된다는 사실이나, 연합뉴스가 10여년전 YTN을 만들었다가 1000억원이 넘는 혈세를 까먹고 손을 털었던 전력이 있다든지 하는 내용들은 심사과정에서 걸러지기는 커녕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심사위원간의 논의나 토론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질문도 방통위 관계자들에게 개별적으로 하고, 자기 점수만 적어내는 '칸막이 심사'에 가까웠다.
마지막까지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집계하느라 진땀을 뺐다는 시간에 청와대 관계자는 '선정 축하전화'를 돌리고 있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방송통신 정책의 최고의결기구인 방통위는 심사결과에 대한 질문하나 없이 5분만에 망치를 두드렸다.

이쯤 되면 이병기 심사위원장이 사용한 '집단지성'이라는 용어는 종편·보도채널 선정과정에서 들어온 희한한 소리들, 즉 '집단기성(奇聲)'의 결정판이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듯하다.

귀를 꼭 닫고, 자기 말만 하면서 앞만 보고 나가는 '불통'의 자세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우리는 지치도록 봐 왔다. 여전히 진행중인 종편 보도채널 선정과정은 정부에 두고두고 무거운 짐으로 돌아올 것이다.

잘못 채운 단추는 하나라도 더 채우기 전에 푸는게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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