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오 쇼크'...증시 정유·화학 웃고 자동차 울고

머니투데이 김건우 기자 2011.01.3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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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당장 영향 적을듯...수에즈운하 폐쇄 여부에 촉각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이집트 사태로 인해 글로벌 주식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수에즈 운하 폐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도 정유화학 업종은 수혜가, 자동차 건설 IT 업종은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되고 있다.

31일 코스피시장은 전거래일보다 1.81%(-38.14포인트) 하락한 2069.73으로 마감했다. 이집트 사태에 따라 지난 28일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39% 내렸고, 영국과 프랑스도 각각 1.40%, 1.41% 하락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이집트의 경제규모가 한국의 1/5에 불과하고 주요 산유국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글로벌 경제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다른 중동 및 북아프리카의 독재정권 국가들로 격렬한 민중 시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김지현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지난 28일 유가가 4%이상 급등하고 29일 사우디증시가 6.4% 급락한 점은 이집트의 대규모 폭력 시위가 중동지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가 경제에 미칠 가장 중요한 영향은 수에즈 운하다. 이집트가 주요한 석유 수출국이 아니지만 길목에 수에즈 운하고 있고, 운하가 막히면 중동에서 생산된 원유가 북미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공급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 자동차 IT, TV 등은 수에즈 운하를 통해 이뤄지는 수출입 많다는 점이 우려로 부각되고 있다.

정유화학, 조선해운, 화학 업종 단기 수혜

지난 2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 중질유(WTI)는 전일 대비 4.3% 오른 89.34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상승률은 16개월 내 가장 높은 수치다.


이집트는 전 세계 원유 생산국 중 규모가 21위에 불과하지만 수에즈 운하와 200마일에 이르는 파이프 등 주요한 원유 운송로가 있는 곳이다. 이라크 사태로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유가 상승에 따라 정유주들의 수혜가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수에즈 운하가 이집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막힐 가능성이 낮지만 사태가 최악이 될 경우 조선 해운업종이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1967년 수에즈운하 폐쇄가 초대형 유조선 제작의 시발점이 되는 등, 조선 산업의 발전과 해운업체 성장 동력이 됐다는 설명이다.

장화탁 동부증권 연구원은 "정유업은 수에즈 운하 폐쇄가능성이 더해지면서 유가 상승의 반사이익이 기대된다"며 "정유주와 중동지역 화학제품 공급물량의 일시적인 감소에 따른 화학업체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화학업종의 경우 유가상승이 마진악화로 이어지는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업계에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경우 석유화학업종의 비용 증가를 초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 수주 불확실성 대두..장기적 투자 확대 의견도

건설업종에 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른 25일까지 수주금액은 12억 달러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이집트 예멘 등 시장 규모가 큰 주변 중동국가들로 사태가 확산되면서 해외 수주가 당초보다 하회할 것으로 관측했다.

증권업계에는 주가 하락 속에서도 이집트가 국내 기업들의 대형 시장이 아닌데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GS건설 (15,570원 ▼170 -1.08%)의 ERC(Egyptian Refining Company) 건설 하나뿐이어서 단기악재에 그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또 장기적으로 각 정부가 임금 인상과 일자리 창출 등의 유화책을 위해 건설투자를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주변 중동국가로 혼란이 확산될 경우 회복이 기대되는 해외 플랜트 및 건설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반정부 시위로 각 정부가 유화책을 내놓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단기적으론 발주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건설 투자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업, 영향 불가피...유가 상승이 호재 작용 의견

자동차 업종은 수에즈 운하를 통해 이뤄지는 아시아와 유럽 간의 자동차 수출입이 많다는 점이 우려됐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수출에서 중동향 자동차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2.2%로 가장 높은 편이다. 이어 IT 기기(20.4%), 에어컨(19.0%), TV(10.6%)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임은영 동부증권 연구원은 "사태 장기화 시 유가 추가 상승으로 자동차 투자 센티멘트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며 "일본 신용등급 하락으로 엔화약세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으나 오히려 엔화는 중동발 리스크로 강세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소형차 비중이 높은 한국 자동차 업체의 강점이 부각될 수 있는 기회라는 의견도 있다.

동부증권에 따르면 현대 기아차 (112,700원 ▼2,000 -1.74%)의 소형승용차 비중은 58.3%로 도요타(44.3%) 혼다(50.2%)보다 높은 편이다. 유가 상승에 따라 소형차 선호도가 놓아지고, 또 부품사들은 매출처 다변화 기회 확대를 관측했다.

이외에 한국의 대 중동 주요 수출품목인 TV, 핸드폰 등에 대한 투자심리도 둔화될 것으로 판단됐다. 반면 국제유가의 큰 폭 반등 시 자동차 운행의 감소 및 손해율 감소로 인한 보험업종 수혜도 전망됐다.

이집트 사태에 따른 서방 국가들의 동향에 주목

전문가들은 중동 지역 내 미국의 최대 우방인 사우디 아라비아로 반정부 물결 확산 여부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3대 석유 수입국인 사우디 아라비아로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면 중동 석유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축소될 수 있다. 결국 미국의 아랍 외교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잠재울 수 있을지가 주요 요인이다.

이상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새로이 수립되는 정부가 미국 및 유럽의 서방국가들과 여전히 우호적인 입장을 취할 것인지 아니면 자원민족주의가 부활할 것인지가 글로벌 경기의 리스크 요인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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