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3차 석유파동' 도화선 되나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2011.01.3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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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유럽·美 잇는 수에즈 운하· 중동 왕정 산유국 '전염' 우려

중동의 '안정판'인 이집트가 정정불안으로 흔들리며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가 요동치고 있다.

이집트 '3차 석유파동' 도화선 되나


가장 우려되는 점은 무바라크 30년 장기집권체제 종식이 초래할 이집트의 무정부 혼란 상황이다. 나아가 혁명의 여파가 주변 아랍 산유국들인 왕정체제마저 위협한다면 금융위기후 2년만에 겨우 회복세를 보이는 글로벌 경제 전체를 다시 나락에 빠트릴 최악의 악재가 될 전망이다. 이른바 '3차 석유 파동(oil-shock)'의 현실화이다.

◇ 중동의 판도라 상자 열리나..=이집트의 경제는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2170억달러(2010년)에 불과하다. 또 산유국 명단에 들기는 했지만 일일 67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뿐이다.



경제보다 중시되는 것은 이집트가 지닌 지정학적 가치이다.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은 미국 등 서방세계의 대중동 전략에 없어서는 안될 핵심인물이다. 이스라엘과의 공존 모드를 주도하고 아랍 산유국과 아랍 빈국간의 '남북관계'를 조율해온 중동 평화의 수호자였다. 그러한 무바라크의 '공백'은 살얼음판 같은 중동 정세의 판도라 상자가 열리는 격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석유 파동이다. 반정부 시위가 격화돼 무바라크의 퇴진 압력이 고조된 지난 28일 국제유가는 하룻만에 4%이상 급락했다.



도대체 이집트의 무엇이 이토록 원유 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것일까.

◇세계 원유공급의 동맥 '수에즈 운하'=우선 이집트에는 수에즈 운하가 버티고 있다. 수에즈 운하는 중동, 유럽, 미국을 잇는 전세계 무역과 에너지 중심의 운송축이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매일 수에즈 운하를 통해 운반되는 원유는 일일 110~160만배럴에 이른다. 이와 별개로 홍해와 지중해를 연결짓는 송유관은 하루에만 110만배럴을 운반한다. 전세계 원유 생산량의 2%가 이집트를 지나가는 셈이다.


도이치뱅크는 이집트를 통과하는 원유량이 하루 글로벌 원유 소비량의 약 6%에 해당한다고 추정했다.

아부다비 에너지 연구소의 댈튼 개리스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이집트의 원유 운송시설이 파괴된다면 원유가격에 중대하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유시설이 파괴되지 않는다 해도 이미 지난 주말부터 이집트 전역에 내려진 통행금지는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통행금지 조치로 수에즈 운하를 통한 운송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집트 정부 추산에 따르면 전세계 해상교역 물동량 중 8%가 수에즈 운하를 지나간다. 만약 수에즈 운하가 봉쇄되면 중동에서 미국까지 원유를 실어나르는데 10일이 더 걸리며 북 유럽까지는 18일이나 더 소요된다.

수에즈 운하 관리청의 아브덜 가니 모하메드 마흐모드 대변인은 “시위가 운송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며 “모든 것이 평소와 다름없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BP와 로얄더치셸은 카이로 지부를 폐쇄했다.

◇중동 산유국 촉각.. 3차 석유파동의 도화선=이번 이집트 반정부 시위에 대한 원유 시장의 반응이 2009년 이란 반정부 시위때와 다르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란은 세계 최대 원유생산국 중 한 곳이지만 당시 유가는 금융 침체 등의 여파로 급락하던 때이다.

하지만 이번 이집트 사태는 글로벌 경제 회복, 성장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변동성 폭을 더욱 확대시킬 수 있다.

특히 이집트 외 알제리 튀니지 예멘 등 잇따르고 있는 반정부 시위가 중동 산유 왕정국가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는 점도 원유 급등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반정부 시위가 시민혁명으로 확대된다면 이는 무바라크 정권의 붕괴 뿐만 아니라 주변국 아랍국들까지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하듯 사우디 아라비아의 압둘라 사우디 국왕은 29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전화연결에서 이집트 무바라크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분명히 했다.

정치경제전문가인 제이슨 그루멧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하루 유가가 1배럴당 1달러 오르면 이는 미국 경제에 있어 1200만달러의 손실을 가져온다”며 “중동지역의 긴장으로 석달새 유가가 5달러 올랐는데 이는 미 경제에서 50억달러를 사라지게 했다”고 말했다.

한편 JP모간은 원유가가 10% 인상될 경우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15%포인트 가량 둔화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 1, 2차 석유 파동은= 세계는 이제까지 1, 2차 두차례의 석유 파동을 치렀다. 석유파동은 원유가가 급등하여 세계 경제에 막대한 충격을 준 사태를 일컫는다.

1차 파동은 1973년 발발한 4차 중동전쟁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중심으로 한 중동 산유국들이 가격을 17% 인상하며 시작됐다. 아랍석유 자원의 최초 무기화였던 당시 조치로 유가는 4배이상 치솟고 이결과 1975년 선진국들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세계경제는 불황과 인플레이션에 곤혹을 치렀다.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을 전후한 중동 불안정은 2차 석유파동을 또 빚었다. 친서방 팔레비 이란왕조의 몰락은 최대산유국중 하나인 이란의 정치경제적 공백을 초래하며 유가를 치솟게 했다. 파괴력은 1차 때에 버금갔다.

78년 4%대였던 선진국들의 성장률은 2.9%로 뚝 떨어졌다. 특히 인플레가 심각해 일부 개발도상국의 경우 30%이상의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와함께 석유 배급제 실시 등으로 주유소마다 주유하려는 차들이 장사진을 치는 진풍경이 세계 곳곳에서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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