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F 불안'의 재구성...은행권 하이운용서 1조 환매 '불씨'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11.01.2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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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막차 타고 나와서 손해봤다", 증권사, "괴리율 아직 걱정안돼",

하이자산운용에서 시작된 머니마켓펀드(MMF) 충격으로 은행, 증권, 자산운용사가 술렁거리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자금부 위주로 대책회의에 돌입했고, 증권사는 법인 고객 위주의 문의 전화에 대응하느라 분주하다. 자산운용사는 이번 사태가 자칫 '펀드런'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은행권 발빼기 시작=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MMF 환매 집중은 시중은행 2곳에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행의 '기습' 기준금리 이상 이후 단기채권 금리가 치솟으면서 MMF 수익률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펀드 수익률 악화를 우려한 시중은행 2곳에서 먼저 환매를 시작했고 나머지 은행들도 환매에 가세했다. 불과 2주 만에 수조원이 빠진 것.

A은행 관계자는 "자금 이탈이 시작된 2주전에 곧바로 발을 빼 별다른 손해를 안 봤지만 막차를 탄 은행은 수익률이 2%가 안 나온 걸로 알고 있다"면서 "기준금리가 2.75%이니까 손해를 봤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B은행은 이른 아침부터 대책회의를 열었다. B은행 관계자는 "콜 차입이 잘안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에 지준을 넣어야 하고 설 연휴까지 겹쳐서 자금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잉여자금 성격인 MMF에서 자금을 빼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섰다"고 말했다.

◇증권사 괴리율 체크 분주=증권사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객 돈을 넣어둔 MMF의 시가와의 괴리율을 체크하느라 운용사에 다급히 확인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증권사 영업점에서 법인 고객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MMF는 장부가 평가로 수익률을 계산하지만 금리상승으로 시가와의 괴리율이 0.5%이상 벌어질 경우 시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 이 경우 수익률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C증권사 직원은 "운용사를 통해 자료를 받아보니 시가와의 괴리율이 -0.002% 등 크게 문제되는 상황은 아니었다"면서 "발을 뺄 전도로 위험한 상황은 아니지만 환매가 이어져 우량 채권 매각이 먼저 이뤄지면 괴리율이 더 벌어질 수 있어서 계속 체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심초사 운용사 "큰 고객 은행 이탈할라"=가장 당혹스러운 건 자산운용사다. 이론상으로 괴리율이 -0.5%까지 벌어지면서 하루만에 금리가 2%는 확 올라야 한다. 기존에도 시가평가로 전환된 경우는 거의 없었음에도 자금 이탈 가능성에 노심초사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 채권펀드매니저는 "70%가량의 MMF은 듀레이션이 70일 이내이기 때문에 금리 변동성에 그렇게 취약하지 않다"면서 "조금만 지나면 상황이 많이 호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D운용사 관계자는 "일부 자산운용사에 국한돼 벌어지고 있는 일이고, 확산이 될 거로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가장 큰 고객인 은행이 이탈 조짐을 보일 경우 추가로 자금이 빠져 나갈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펀드런'이 우려되는 MMF는 주로 은행 계열 운용사 상품이 될 공산이 크다는 것. 직접 자기 계열 운용사에 자금을 넣지는 않지만 '품앗이' 형식으로 상대 계열 운용사에 교차로 자금을 넣어주는 경우가 다반사인 탓이다.

법인 MMF 주간 수익률은 약 2.8%~2.9%대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2.75%이기 때문에 투자 매력은 있다. 하지만 일부 증권사가 MMT 수익률 3%대를 제시하고 있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대두되는 터에 법인들이 다른 상품으로 갈아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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