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막판의 뒷걸음질, 시장이 원하는 것은?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11.01.2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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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지수는 26일(현지시간)에 세 차례 1만2000선을 뚫고 올라갔다.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기 몇 개월 전인 2008년 6월20일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결국 1만2000선 위에서 마감하지는 못했다.

1만1985로 마감해 1만2000까지는 15포인트만 남겨 두고 있으니 1만2000선 상향 돌파는 시간의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장 마감 몇 분을 남겨놓고 1만2000선을 웃돌던 다우지수를 끌어내린 원인이 궁금하다.



마감 몇 분을 남겨두고 주춤하고 뒤로 물러서는 듯한 지수 곡선은 다우지수와 S&P500지수에서 유독 두드러진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 역시 장 마감 몇 분을 남겨두고 소폭 내려오긴 했지만 심하진 않았다.

다우지수 1만2000이라는 상징적 숫자 때문에 투자자들은 심리적 부담을 느낀 것일까. 이 때문에 차익 실현 매물이 나왔던 것일까. 알 수 없는 일이지만 확실한 것은 보잉이 조금만 더 잘해줬더라면 다우지수 1만2000 돌파를 완성할 수 있었을 것이란 사실이다. 보잉은 올해 실적 전망이 시장 예상을 크게 밑돌며 3%나 하락해 다우지수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다.



다우지수 30개 종목 가운데 오른 종목이 12개, 떨어진 종목이 18개란 점도 1만2000선 위에서의 마감을 어렵게 했다. 상승 종목보다 하락 종목이 더 많아 지수 상승을 억눌렀기 때문이다. 반면 이날 다우지수가 8포인트나마 상승 마감할 수 있었던데는 듀퐁의 역할이 컸다. 듀퐁은 2.6% 상승하며 다우지수를 견인했다.

이날 다우지수는 8포인트, 0.07% 오르는데 그쳤지만 S&P500 지수는 5포인트 오르며 0.42% 상승했고 나스닥지수는 20포인트 뛰어 0.74%의 강세를 보였다. 확실히 지난주 차익실현의 대상이 됐던 기술주의 상대적 선전이 빛난다.

다우지수의 막판 뒷걸음질이 다소 찜찜하긴 하지만 어쨌든 이날 증시는 올랐다. 오른 이유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통해 조금 더 친기업적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 지난해 12월 신규주택 매매건수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늘었는 점 등이 꼽힌다.


밴얀 파트너스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로버트 파블릭은 “오바마 대통령의 낙관론이 증시의 상승 재료가 됐다”며 “메인 스트리트 (금융가인 월스트리트와 비교해 일반 국민들을 의미하는 표현)가 경제 회복을 얼마나 신뢰하느냐 하는 것만 문제”라고 말했다. 또 “신규주택 매매건수가 예상 이상으로 호조를 보인 것도 지수 상승을 도왔다”고 덧붙였다.

RDM 파이낸셜 그룹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마이클 셸던은 “전날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은 조금 더 기업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었다”며 “지난해에는 금융기관들을 비판했는데 이번에는 기업들과 협조해야 투자와 고용을 촉진시킬 수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올해 처음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예상했던 대로 경제가 개선되고 있지만 고용시장은 여전히 부진하며 내재 인플레이션은 다소 낮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FOMC 발표 이후 증시는 조금 미끄러지다 반등했다. FOMC 성명서가 너무나 기대했던 바로 딱 그 수준이었기 때문에 시장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주춤했던 것으로 보인다.

채널 캐피탈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더그 로버츠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우리가 기대했던 것을 정확히 제시했다”며 “경제는 소폭 개선되고 있지만 높은 실업률이 경기 회복 조짐을 억누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LPL 파이낸셜의 존 캐널리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FOMC 위원들 가운데 단 한 사람도 이번 결정에 이견을 내지 않았다는 사실에 좀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FOMC 새 위원인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의 찰스 플로서 총재와 달라스 연방준비은행의 리처드 피셔 총재는 두번째로 진행되고 있는 국채 매입을 계속하는데 반대 의견을 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캐널리는 “어떤 위원도 양적 완화 정책에 반대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FRB가 상당히 대폭적으로 통화 완화적이라는 의미”라며 “FRB가 올해 말에는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번 FOMC를 계기로 향후 18개월간은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란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증시는 기대가 있어야 상승 동력을 얻는다. 개별적인 기업의 실적 외에는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점, 오바마 대통령이 기업들에 대해 상당히 ‘사근사근해졌다’는 점, FRB는 약간의 인플레이션 조짐과 경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시중 유동성을 계속 확대하며 통화를 상당히 너그럽게 관리할 것이란 점 등은 이미 시장의 기대에 반영돼 있다.

낙관론으로 오르고 있는 증시. 하지만 다우지수 1만2000, S&P 1300 안착을 위해서는 뭔가 좀더 신선한 새로운 기대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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