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도시형생활주택 제대로 가고 있나?

머니투데이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2011.01.2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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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


최근 소형주택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진 상황에서 조만간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인구와 1~2인 가구가 빠르게 늘어난다는 인구구조의 변화는 수요자들의 관심을 소형주택에 모을 충분한 심리적 압박이 되고 있다.

소형주택은 초기 투자금이 적고 월세로의 전환도 용이해 투자자들도 관심이 높다. 그러다 보니 공급자들도 소형주택 공급에 주력하고 있다. 소형주택에 대한 관심은 정부 정책에서도 드러난다. 정부는 소형주택을 '도시형생활주택'이라고 이름 짓고 금융지원, 건축기준 완화 등을 통해 공급을 장려하고 있다. 얼마 전 발표된 1.13전세대책에도 도시형생활주택 공급 확대가 포함돼있다.



지난해 주택건설 인허가실적 중 전용면적 40㎡ 이하 소형주택 비중이 13%로 과거 5%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135㎡ 초과(11%) 주택보다 더 많이 지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중에서도 규제완화 혜택이 많은 도시형생활주택의 공급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지난해 비아파트 건설물량의 10%가 도시형생활주택으로 공급됐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도시형생활주택인가?
도시형생활주택은 주로 1~2인 가구의 주택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소형주택이다. 고급 중대형아파트 공급이 신축주택의 주류를 이루다보니 가격이 저렴한 소형주택의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각종 건축기준을 크게 완화시켰다. 분양가상한제도 배제했다. 그러나 완화된 규제는 토지소유자들의 기대이익을 키워 고스란히 땅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최근에 공급된 도시형생활주택은 공급면적이 40㎡ 내외이나 전용율이 50~60% 수준이라 실제 거주면적은 더 좁다. 그렇지만 분양가는 서울 기준으로 3.3㎡당 1100만~1400만원에 이른다. 가구당 가격은 낮지만 단위면적당 가격으로 보면 결코 싸지 않다. 월세로 전환해보면 월임대료가 최소 60만원 이상이 돼야 한다.

반면 저품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높다. 주택의 형태나 규모로 볼 때 아파트 수요자들의 대체상품은 아니고 그렇다고 원룸이나 고시텔 이용자에게도 그리 적합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누구를 위한 주택인가?


공급 목적도 명확하지 않다. 1~2인 가구를 위한 것인가? 전세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인가? 지금의 전세난은 3~4인 가구들의 아파트 공급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도시형생활주택을 아무리 공급해도 대체가 어렵다.

지금까지 1~2인 가구가 청년층이나 노인층의 상대적 저소득 계층이었다면 앞으로는 30~40대 중상위 소득계층에서도 1~2인 가구가 늘어날 전망이다. 즉 같은 1~2인 가구라도 연령, 소득수준, 주택점유형태에 따라 주택소비 수준은 각기 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도시형 생활주택을 어떤 계층을 위한 것인가?

◇양적 중심의 소형주택 공급 신중해야
일본 1인 가구의 평균 거주 면적은 55.6㎡(2005년 기준)다. 자가의 평균 거주면적이 98.7㎡인 반면에 임차는 40㎡로 자가의 절반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일본은 각종 수납공간을 잘 설계하는 것으로도 유명해 같은 규모라도 공간이용의 효율성이 높다. 홍콩에서는 10평 내외의 공간을 가변형 벽체를 이용해 10개 이상의 공간으로 분할할 수 있는 주택을 소개해 관심을 끌었다.

이들이 시사하는 점은 간단하다. 1~2인의 가구 증가라는 변수보다는 가구들의 주택점유형태, 공간이용 기술들이 어떻게 결정되는 지에 따라 주택의 규모별 수요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민영 아파트 공급의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정부는 도시형생활주택의 역할을 강조한다. 그렇지만 도시형생활주택을 비롯한 소형주택 공급은 결코 양적 문제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주지해야 할 때다.

또 도시형생활주택이 일시적인 수요 증가와 정책 지원에 편승해 무늬만 소형주택인 고가의 저품질 주택이 되지 않도록 점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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