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대통령 '국외 탈출', 군부 지지철회가 결정적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11.01.18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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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 정권 붕괴의 수순..北 김정은 체제도 주목

군부에 의지하는 것은 세계 모든 독재자들의 공통점이다. 독재국가의 권력은 국민의 지지나 민주주의 절차가 아닌 '총구'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거꾸로 군부의 지지를 얻지 못한 독재권력은 금세 허물어진다. 튀니지를 23년간 통치한 벤 알리 전 대통령(사진)이 비교적 빨리 권좌에서 물러난 것 역시 군부의 지지 철회가 결정적 계기였다. 과거 필리핀의 마르코스 정권, 루마니아의 차우세스쿠 정권이 그러했고 북한의 새로운 김정은 체제 역시 그러한 절차를 밟을지 주목된다.



튀니지 대통령 '국외 탈출', 군부 지지철회가 결정적


17일(현지시간)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벤 알리 전 대통령은 장기집권 기간에 비해 매우 신속하게 사임과 해외도피 결정을 내렸다. 지난주 튀니지 국민의 시위가 격화했을 때 벤 알리 전 대통령은 발포를 명령했으나 라시드 아마르 군 참모총장은 이를 거부했다.

군부가 국민의 편에 서면서 정국의 추는 급격히 기울었다. "발포할 수 없다"는 참모총장의 한 마디에 독재정권의 기반이 급속히 무너진 것이다.



아마르 참모총장의 군부는 이후에도 본분을 잃지 않았다. 튀니지 군대는 대통령이 국외로 빠져나가고 정부가 해산된 15일부터 3일간 안정된 조직력을 바탕으로 튀니지 위기사태가 악화하지 않도록 상당한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아마르 참모총장은 나라 안팎에서 후한 평가를 받고 있다. 아마르 총장의 정치적 야심이 적어 군부의 쿠데타 가능성도 낮다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새로 구성된 거국내각에 군부 인사가 포함되지 않은 것이 이를 보여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의 안보 담당 고위 당국자는 "벤 알리가 그토록 빨리 실각한 것은 (군부를 포함한) 주변 최측근이 그를 지지하지 않은 것과 연결된다"고 말했다.


이는 튀니지 사태가 민주적으로 해결되리라는 낙관론의 한 배경이 된다. 튀니지 야당 지도자 중 한 명인 아마드 부아지는 "튀니지 군부는 정치개입이나 쿠데타 전력이 없고 (권력자가 아니라) 국민에 대한 강한 충성심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멀지 않은 곳에도 선군정치를 앞세운 독재정권이 있다. 위태로운 정권 승계를 위해서는 군부 장악이 최우선 과제라는 게 국제사회의 공통된 의견이다. 튀니지 사태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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