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에서 축출된 벤 알리 전 대통령의 부인 레일라 벤 알리(53·사진)가 황급히 나라를 떠나면서도 중앙은행에 보관 중이던 금괴 1.5톤을 챙겨 달아난 것으로 알려졌다.
레일라는 튀니지를 떠날 때 이 금괴를 비행기에 같이 실었는데 무게로 1.5톤, 시가로 3800만파운드(약 6000만달러)에 이를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또한 남편인 벤 알리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한 것과 달리 레일라는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로 도망간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그라프는 레일라가 그동안 쇼핑을 즐겼던 두바이가 익숙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레일라는 아랍여성기구(AWO)의 회장을 맡아 스스로를 진보적인 아랍의 여성 정치인으로 포장하기도 했지만 국내에서는 비난의 상징이었다. 절대 권력자의 부인으로 사치스런 쇼핑을 즐기고 친인척 등 측근을 요직에 기용하는 악의 축이었던 셈이다. 과거 프랑스 혁명시 마리 앙뚜아네트나 필리핀의 이멜다 마르코스처럼 국민들의 원성을 한 몸에 받았다.
본명이 레일라 트란벨시인 그는 12남매 가운데 유일한 딸로 성장,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미용사로 일하다 벤 알리 대통령의 눈에 띄어 지난 1992년 결혼했다. 그는 영부인이 된 직후 남편의 권력을 이용해 각종 이권에 개입했고 보잘 것 없던 트란벨시 일가는 튀니지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가문으로 급부상했다.
이와 관련, 튀니지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로버트 고덱은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 국무부의 전통문에서 "벤 알리 대통령의 (외가·처가 포함) 확대 가족은 튀니지 부패의 연합체라고 표현된다"며 "그 중에서 영부인을 낀 트란벨시 집안의 부패는 모자란 교육, 낮은 사회적 지위, 과시적 소비와 함께 지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