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권한을 무력화 시키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
'무상급식' 실시를 둘러싼 오 시장과 허 의장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서울시와 시의회간 대화가 중단된 후 처음으로 대면한 공개석상 자리에서 이미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 오 시장과 허 의장은 16일에 열린 TV 토론에서도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웠다.
↑'무상급식' 문제를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허광태 의장(오른쪽)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중구 예장동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에서 열린 '2011년 사회복지협의회 신년인사회 및 10대 회장 취임식' 자리에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오 시장은 "(시의회와 갈등이 매년 반복되면) 피해가 시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주민투표를 제안했으며, 상반기 중 투표하고 마무리하면 (그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시의회와 대립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시민들께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 "행정이 마비됐다고 하는 건 지나친 걱정이고 의화와 대화가 끊긴 상태이지 돌아갈 것은 다 돌아간다"며 "(의석수) 4분1을 가진 소수당으로 4년간 시정 이끌기 위해선 (의회가) 일정 수준 넘기면 단호한 모습 보이는 게 바람직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에 이어 토론자로 나선 허 의장도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허 의장은 "무상급식은 이미 지방선거에서 서울시민이 원하는 정책으로 입증됐으며 무상급식 조례도 공표돼 효력을 발휘했다"며 "의회 결정으로 확정된 예산에 대해 주민투표 하자는 것은 현행법 위반"이라고 맞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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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 시장은 대권 행보와 정치적 위기 모면하기 위해 수백억 소요되는 주민투표 제안했다"며 "필요한 예산은 서울시와 기초단체에 올해 예산으로 편성됐고 시는 집행여부만 판단하면 된다"고 선을 그었다.
허 의장은 "지방선거에서도 시민의 뜻이 반영이 됐고, 주민발의해서 한다 하더라도 현재 여론조사 해봤을 때 70% 이상이 무상급식 지지한다"며 "투표를 하더라도 무상급식 하자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만 서울시가 오는 18일 제출할 예정인 '주민투표 동의 요구서'에 대해선 "의회에서 결정할 사항"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앞서 오 시장과 허 의장은 지난 14일 서울 중구 예장동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에서 열린 '사회복지협의회 신년인사회' 자리에서도 만나 뚜렷한 입장차를 보였다.
오 시장은 러시아 속담을 인용해 "공짜 치즈는 쥐덫 위에만 있다"며 "복지가 필요 없는 사람(부유층)에게까지 혜택이 돌아가면 도덕적 해이가 일어난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허 의장도 "왜 먹을 것을 갖고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나눠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무상급식을 하면 마치 서울시 예산이 몽땅 들어가는 것처럼 주장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한편 서울시가 무상급식 전면 실시와 관련해 추진 중인 '주민투표 동의 요구서' 제출 일정을 하루 늦춰 18일에 내기로 했다.
이종현 대변인은 이날 "당초 주민투표 동의요구서를 17일까지 서울시의회에 제출 예정이었으나, 조례규칙심의위원회 심의와 서울시보 게재 등 행정적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일정을 하루 연기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