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정부통계, 전세난 키웠다"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11.01.08 10:10
글자크기

[겨울 비수기인데 왜 수그러들지 않나]

"우리 아파트 전셋값이 2년새 1억원이나 뛰었는데 전세난이 심각하지 않다니…. 모 국회의원이 버스요금 제대로 모르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어떻게 설명해야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을 수 있을까." (서울 잠실에 거주하는 직장인 전모씨)

"돈없은 서민들은 지금 당장 전셋집에서 쫓겨날 판인데 시장 현실 외면한 채 손놓고 있는 정부가 야속할 뿐이다. 그 놈의 소형주택 타령은 언제까지 하고 있을건가. 도대체 언제 어디에 얼마나 지어서 누구에게 주겠다는건가." (네티즌 B씨)



전세난이 수개월째 지속되면서 세입자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지만 정부의 입장은 수개월째 큰 변화가 없다. 전세값 추이를 들여다보니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봄.가을 이사철에는 전세 수요가 늘어나니 전셋값 오르는 게 당연하고 비수기에는 다시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굳이 전세대책을 특별히 시행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전세시장은 부글부글 끓고 있는데 정부가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근본 원인은 부실한 통계 시스템 때문이다. 부동산 정책을 구상하고 시행하는데 꼭 필요한 기본 통계가 엉망이니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이다.

시장 현실과 동떨어진 입장 발표로 서민들의 원성을 사고 대책이 시급한데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정책의 부재도 허술한 통계에서 비롯됐다.

◇부실한 정부 통계
정부는 아파트 실거래가, 주택 공급물량, 토지 거래 동향, 미분양주택 추이 등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실거래가는 거래후 60일 이내에 신고하도록 돼 있는데다 모든 거래 내용이 공개되는 것이 아니어서 시장 상황과는 차이가 있다. 주택 공급 상황을 보여주는 통계도 인.허가를 기준으로 집계해 실제 공급량과는 차이가 크다.


권오열 한국주택협회 부회장은 "건설 인허가를 받고도 분양시장 침체 등으로 분양을 하지 못하는 건설사들이 많다"며 "매년 협회 회원인 대형건설사의 분양실적만 놓고 봐도 당초 분양계획에 크게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이 매달 집계하는 전세가격 상승률도 전세금 변동이 없는 가구까지 포함해 통계를 내는 방식이어서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지난해 전국이 전세난으로 시끄러웠지만 통계청의 전셋값 상승률은 전년 대비 2% 오르는데 그쳤다.

정부는 주택정책 방향을 잡는 기초 자료로 KB국민은행연구소의 전국주택가격동향을 활용하고 있다. 정종환 장관이 지난해 9월 "예년에 비해 전세난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배경도 당시 국민은행 통계라는 해석도 있다. 지난해 9월말 현재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3.9%로 전년인 2009년(5.9%)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전.월세 통계는 이제 시작…멸실주택 통계 전무
더 심각한 문제는 서민들이 주 수요층인 전.월세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오는 3월부터 전.월세거래 시스템을 가동할 방침이지만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정보를 파악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현재는 전.월세 시장을 파악할 수 있는 실거래가 정보가 없는게 사실"이라며 "정부가 전.월세 거래 통계 작업을 시작하더라도 1년 이상 거래정보가 쌓여야 시스템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월세 가격과 밀접한 재개발.재건축 등 멸실주택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통계는 아예 없다. 서울시, 경기도 등 각 지자체별로 멸실주택을 예상하는 수준으로 중앙정부 차원에서 이 정보를 취합하거나 지자체간 교류하는 장치는 마련돼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허술한 통계 시스템을 개선해야 지나치게 낙관적인 정부의 시장상황 인식도 바로잡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용만 한성대 교수는 "시장 참여자들이 신뢰할 만한 통계를 근거로 정책을 구상해야 올바른 처방을 내릴 수 있다"며 "다양한 부동산 관련 통계를 정부 차원에서 통합 관리해야 시장의 신뢰도 얻고, 다책 효과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