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기억을 가져라"

머니투데이 황인선 KT&G 미래팀장 2010.12.1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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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톡톡]과거와 싸우지 마라

"성공한 기억을 가져라"


연말입니다. 이 무렵이면 우리는 습관적으로 한 해를 돌아보고 성취를 살펴보면서 반성을 하게 됩니다. 좀더 해볼 걸, 좀더 친절할 걸, 좀더 참을 걸 이렇게. 그게 성숙한 사람이 할 일이라고 굳게 믿으면서. 이런 반성 행위가 필요하고 또 중요한 것이지만 대부분 반성은 반성이고 내일은 또다시 내일인 따로국밥 반성을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기업도 무슨 프로젝트에 실패하면 실패사례를 리뷰하면서 실패하지 않는 방법을 찾지만 다음에 또 실수를 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 실패를 춘추필법으로 뼈가 시릴 정도로 분석하지 못하는 이유가 하나 있고, 두번째 이유는 심리적인 겁니다. 책에서는 '실패를 겁내지 마라' '실패하는 것보다 더 나쁜 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멋진 이야기를 하지만 실제론 실패한 사람에게 기회를 잘 주지 않게 됩니다. 실패한 사람은 성공을 꿈꾸기보단 실패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전력투구를 못합니다.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골프에서 버디 찬스를 아깝게 놓치면 다음 홀에 무너지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놓친 버디가 아른아른 하기 때문이죠. 과욕을 부리거나 지나치게 조심하게 됩니다.



필자는 그래서 후배들에게 "어떻게든 성공의 기억을 가져라"고 합니다. 아무리 작은 거라도 일을 벌여서 성공해야 합니다. 한번 성공해본 사람만이 다음에 또 성공할 확률이 높습니다. 성공도 형상기억합금처럼 기억되기 때문이죠. 그러나 실패를 안할 수는 없는 법.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경구 어떻습니까? '과거와 싸우지 마라. 미래를 만들어라. 그러면 미래가 과거를 정리해줄 것이다.' 느낌이 확 오나요? 아니라면 성공해본 적이 없는 사람임이 틀림없습니다. 삼성이 설탕회사였고 기술을 일본에서 거의 빌려왔다는 것, 노키아가 과거 벌목회사였다는 것, 닌텐도는 과거 화투 만들던 회사였고 시세이도는 약국이었고 명차 람보르기니는 원래 볼로냐 촌구석에서 트럭을 만들던 회사였지만 그들이 성공한 현재에 있는 한 그런 것들은 기억되지 않거나 위대한 과거로 남게 되죠. 성공한 현재가 과거를 다 치유해주기 때문입니다.



거꾸로 말하면 미래를 만들지 못하면 위대한 과거도 다 초라해집니다. 90년대 말 코스닥 신화를 만들었다가 사라진 기업이 몇 개입니까. 과거의 사랑에 빠져 미래에 만날 또다른 사랑을 놓치는 것은 아름답다 할진 몰라도 미련인 거죠. 사랑보다 더 위대한 것이 삶을 살아내는 것이고 사람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는 겁니다. 브랜드 이론도 마찬가지. 과거 성공한 것들이 판이 바뀌고 변화가 습관이 된 시대에 딱 맞을 리 없습니다. 그래서 요즘 마케터들에게 요구되는 것이 통찰력 아니겠습니까. 부장, 상무가 과거 업적을 후배들에게 떠벌리는 것은 "난 이제 미래가 없어"라고 자백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까 젊은 친구들이 회식을 꺼립니다.

이어령 박사 보십시오. 80을 넘은 연세지만 지금은 창조와 디지로그에 푹 빠져 있습니다. 그는 항상 미래형입니다. 이만한 노테크가 어디 있겠습니까. 얼마전 개그계의 대부라 할 전유성씨를 만났더니 청도에 짓는 코미디극장과 새로 키우는 40명의 개그맨에게 푹 빠졌던데 "전 하면 다 성공합니다. 이혼도 두 번이나 성공(?)했어요"라는 그도 미래형 사람입니다.

이번 연말에는 2010년 한해를 정리하지 마십시오. 내년, 10년 후를 얘기하십시오. 백남준씨는 점심을 먹다가도 3200년쯤엔 무슨 일이 벌어질까 묻곤 했다죠. 일기를 쓴다면 이미 쓴 페이지를 보기보단 아직 쓰지 않은 페이지를 보면서 '내일 여기에 뭘 쓰게 될까?'를 생각하는 게 낫습니다. 애인과 싸웠다면 왜 싸웠지? 분석하지 말고 꽃다발과 함께 내일을 꿈꾸는 엽서를 내밀어 보십시오. 싸우면서 정들고 정이 있으니까 싸우기도 하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현재 청년실업자라면 "나를 몰라줘? 당신들 지금 손해 보는 거야"라고 가끔 건방도 떨어보는 게 낫습니다. 그러면 얼굴이라도 환해질 테니까. 미국의 국보급 영화가 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출간하기 위해서 마거릿 미첼은 무려 48번이나 출판사 문을 두드렸고 에디슨은 실험에 실패할 때마다 "나는 성공하는 법을 배웠을 뿐"이라고 했답니다.


'새해엔….' 이런 각오는 접으세요. 달력은 바뀌지만 실제론 하루가 더 간 것뿐이고 해가 바뀐다고 내가 바뀌는 게 아니라 내가 바뀌어야 해가 바뀌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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