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ANZ는 괜찮고 하나금융은 안된다… 왜?

머니투데이 정진우, 오수현 기자 2010.12.0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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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처우 불안감 때문" vs 외환銀 "인수 능력 없어서"

하나금융지주 (62,100원 ▲2,600 +4.37%)에 피인수되는 외환은행 (0원 %) 임직원들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연일 지하철 역이나 거리에서 하나금융 인수반대 전단을 나눠주는 등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다. 일요일인 5일에는 서울 여의도 광장(문화마당)에서 외환은행 전 직원이 참여하는 '하나금융 합병 저지' 집회를 열 계획이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발표 이후 열리는 최대 규모다.

외환은행 노조측은 '하나금융의 인수능력'과 '특혜의혹' 등에 대해 공식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반면,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임직원들이 처우에 대한 불안감에 피인수를 극렬히 반대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은행권에선 "외환은행 임직원들과의 관계 설정이 하나금융의 가장 큰 과제"라는 말이 나온다.



◇외환銀 "하나금융 인수능력 없어"=외환은행 노조가 하나금융을 반대하는 공식적인 논리는 간단하다. 외환은행을 인수하고 경영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외환은행보다 훨씬 큰 규모의 자산과 인력을 갖고 있지만 지난해 순익은 외환은행의 1/3 수준에 불과하고 기업대출 비중은 낮은 데도 연체율은 훨씬 높다"며 "경영 능력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러 차례 인수합병(M&A)을 한 하나금융이 그간 시너지 효과를 봤는지 의문"이라며 "시너지가 가능했다면 애시당초 우리금융지주나 외환은행 M&A를 추진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승자의 저주'를 넘어 외환은행까지 동반 부실화될 수 있다는 주장도 편다. 하나금융이 인수 자금의 상당액인 3조원 가량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금 동원력이 취약한 하나금융이 무리하게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둘 다 공멸한다"는 논리다.

하나금융이 일종의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노조는 제기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론스타의 '먹튀 도우미'가 돼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 산업은행의 '인수전' 참여는 원천 차단했다는 점에서다. 하나금융이 전광석화처럼 인수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시각이다.

◇하나금융 "결국은 처우문제"=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임직원들의 반발이 '정서'의 문제라고 설명한다.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은 지난 26일 인수 공식 발표 회견에서 "외환은행 임직원들의 반대는 '정서적'인 문제로 이해하고 있다"며 "하나금융의 진정성을 알면 곧 돌아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피인수 기업 구성원들의 '허탈감'과 '박탈감'이 반영된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하나금융 내부에선 외환은행 임직원들의 반대가 결국 '처우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이란 시각이 강하다. 외환은행은 시중은행 중 최고 대우를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외환은행 직원들의 1인당 평균 임금은 6200만원. 하나은행(4800만원)보다 1400만원(30%) 많다.

은행권은 외환은행의 각종 성과급과 수당 등을 합하면 양사 직원간 임금 격차가 2000만~3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본다. 하나금융에 인수되면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급여 조정이 불가피하단 뜻이다. 김 사장은 "외환은행의 고임금은 점진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환은행이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이나 산업은행의 인수를 더 원했던 건 조직 체계(구조조정)나 처우의 변화가 상대적으로 덜하고 외환은행의 독립성 보장 측면에서도 낫다고 봤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 후 '투뱅크-투브랜드'(2은행-2브랜드) 체제를 공식화한 상태다. 외환은행의 브랜드 가치와 독립성을 존중하겠다는 뜻이다. 합병을 비롯해 인위적 구조조정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확언했다.

하지만 외환은행 임직원들은 불안감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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