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외환은행' 실질 인수가격 비싸진다

더벨 김민열 기자, 심두보 기자 2010.12.03 08:46
글자크기

론스타 추가배당·현대차 예금인출 사태 겹쳐 매물가치 하락

더벨|이 기사는 12월02일(11:3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하나금융지주 (62,100원 ▲2,600 +4.37%)외환은행 (0원 %)을 인수하는데 들어가야 될 돈이 공표된 인수가격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론스타의 연말 결산배당 등을 감안하면 실질 매입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의 예금인출 사태 여파로 매물가치가 하락할 경우 과거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려 할 때에 비해 비싼 프리미엄을 지불하게 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 25일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을 주당 1만4250원(51.02%, 4조6888억원)에 매입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는 최근 외환은행 주가(직전 1개월 평균주가 1만3018원) 대비 10% 미만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진 수준이다.





2006년 5월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했을 당시 매입가는 주당 1만5200원으로 시가(직전 1개월 평균주가 1만2500원대)보다 20%이상 프리미엄이 붙었다.

2007년 HSBC가 외환은행을 샀을 때는 시가(1만4200원)보다 27% 이상의 프리미엄을 더한 1만8045원에 거래됐다. 심지어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지불한 가격(주당 4245원)도 시가(3700원)보다 15% 가량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이들과 단순 비교하면 하나금융은 낮은 프리미엄을 주고 외환은행을 산 것처럼 보인다. 하나금융도 10% 프리미엄에 대한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변수가 남아있다. 일단 론스타가 챙길 연말 배당 결과에 따라 매입가격이 더 올라갈 수 밖에 없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올 연말 기준으로 (론스타가) 올해 이익을 배당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현대건설 매각 이익을 포함해 내년도에 반영되는 이익은 론스타가 가져갈 수 없도록 계약이 돼 있다"고 밝혔다.

실제 하나금융과 론스타는 2010 회계연도 이익에 대해 론스타의 회수가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결산배당의 규모는 매년 론스타가 실시해왔던 '통상적이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이뤄지도록 했으며 그 이상의 배당이 진행될 경우는 계약이 파기되도록 했다.

외환은행은 지난 2006년부터 4년간 매년 결산배당을 해왔다. 이 기간 결산배당 합산은 총 1조5058억원이었으며 이 가운데 절반인 7500억원 가량이 론스타의 몫으로 돌아갔다.

올해 예상 당기순이익(1조원)과 비슷한 실적을 달성했던 2006년 외환은행은 결산배당금으로 주당 1000원을 지급했다. 외환은행은 2007년과 2010년 배당금은 주당 각각 700원과 510원. 지난 2008년에만 500원 미만(125원)에서 주당 배당금이 결정됐다.

이를 감안할 때 올 연말 주당 배당금이 최소 500원에서 1000원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외환은행은 주주들에게 4000억원에서 6500억원에 이르는 배당금을 지급하게 되며 론스타의 몫은 최소 2000억원에서 325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M&A 거래에서 실질 매입가는 단순히 구주 거래 가격이 아닌, 매각기업에 쌓인 현금성 자산 등을 누가 가져가느냐를 반영해 결정된다. 대표적인 경우가 LG생활건강이 인수한 더페이스샵의 사례다. 2009년말 당시 LG생건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정운호 회장의 지분을 주당 21만7242원, 총 4667억원에 인수했지만 그해 말 연말배당을 통해 더페이스샵에 묶여있던 미처분이익잉여금 등 700억원을 회수했다. 이러다보니 LG생건은 실질 매입대금을 3967억원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외환은행은 반대의 경우다. 새 주인의 몫이 될 수도 있는 외환은행의 내부 현금 2000억원 이상이 옛 주인에게 돌아간다. 그 가격만큼 하나금융의 실질 매입가는 높아진다. 이를 감안한 외환은행의 매입가는 4조9000억원대에 육박한다. 시가대비 프리미엄은 10%미만이 아닌, 15%대로 올라간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사들여야 될 지분(수출입은행, 한국은행)까지 고려하면 들어가야 될 돈은 더욱 많아진다.

대신 현대건설 매각으로 벌게 될 이익은 내년 1분기에 귀속된다. 김승유 회장이 발표한대로 이 현금은 새 주인인 하나금융의 몫으로 남게 된다. 하지만 이는 외환은행이 보유한 '유가증권'이란 자산이 약간의 웃돈이 붙은 '현금'으로 바뀌는 데 불과하다. 원래부터 매각기업에 포함된 자산을 가져간다는 의미다.

변수는 더 남아있다. 2006년 국민은행이 새 주인으로 나섰을 때와 비교하면 매물인 외환은행의 자산은 더 줄었다. 겉보기에는 같은 매물이지만 실제로는 같은 매물이 아니라는 의미다.

실제 외환은행은 2006년 하반기부터 지속적으로 타법인 출자지분을 매각해 왔다. 2006년과 2010년 하이닉스 지분 1.34와 1.84%를 매각해 3873억원을 벌어 들였다. 현대건설 지분 8.9%도 2006년과 2009년에 나눠 팔아 4981억원을 거뒀다. 또 2007년엔 보유한 대경기계기술 지분 전량을 매각해 1000억원을 벌었다. 이를 전부 합쳐 거둬간 수익이 1조원이 넘는다. 이 가운데 상당액은 역시 분기 및 결산배당을 통해 론스타의 손으로 들어갔다.



외형상 2006년 국민은행이 인수를 추진할 때 보다 주당 매입가는 950원가량 낮지만 매물값어치가 그 이상으로 떨어진 만큼 실질 매입가는 높아진다. 즉 하나금융이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설명한 것처럼 외환은행을 그리 싸게 산 것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특히 현대건설 매각에 불만을 품은 현대차그룹 등의 예금인출 사태가 확대될 경우 실질 인수가격은 더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영업력 저하로 SPA를 체결했을 때보다 매물가치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2006년 외환은행은 다소 저평가돼 있던 부분이 있었다"며 "현재 외환은행의 가치가 당시보다 크게 높아졌다고 보긴 힘들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싼 가격'이라고 강조하며 투자자 확보에 자신감을 보이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리 좋은 가격이 아니라는 의미다.

하나금융지주 차트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