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왜 미국의 주택가격 동향에 관심을 갖나?

머니투데이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 2010.12.02 11:40
글자크기
[MT시평]왜 미국의 주택가격 동향에 관심을 갖나?


2000년대 들어 세계 각국의 주택가격은 동조화현상(coupling)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 유럽 및 북미국가, 그리고 오세아니아와 아시아국가는 2000년대 들어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동시에 경험했다. 그러다가 대부분 국가는 2007년과 2008년 사이에 큰 폭의 가격하락을 겪었고, 2009년과 2010년 사이에는 주택가격이 반등하는 현상을 겪기도 했다.

이처럼 주택가격이 세계적으로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각국의 금융시장이 개방돼 있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금리나 유동성의 변동은 주택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각국의 금리나 유동성 변동이 국제적으로 동조화 현상을 보이면서 주택가격도 동조화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제 금융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에 있는 어느 한 국가에서 정책금리를 낮추면 다른 나라들도 정책금리를 낮추면서 자산가격이 전세계적으로 부풀어 오르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주택가격의 동조화 현상에서 예외적인 나라들도 있다. 일본이 대표적인 예다. 일본의 지가는 1990년대 초 이래 지금까지 장기적인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과 정반대 입장에 놓여 있는 국가들도 있다. 오스트리아, 스위스, 스웨덴, 호주 등이 대표적인 예인데, 이들 국가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 주택가격이 일시적으로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곧바로 주택가격이 회복되면서 지금은 주택가격이 세계 금융위기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이나 오스트리아, 스위스, 호주 등의 사례는 주택가격이 금리뿐만 아니라 각국의 인구 및 가구구조, 경제성장률, 주택의 공급상황 등에 의해서도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정부의 주택정책에 의해서도 주택가격이 세계 각국의 주택가격 움직임과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 우리나라가 대표적인 예다. 우리나라 주택가격은 2009년 들어 회복세를 보이다가 정부의 강력한 금융규제로 인해 다시 주저앉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런 모습은 2010년 들어 회복세를 보이는 유럽 국가들의 주택가격 동향과 어느 정도 괴리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예외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의 동조화 현상은 큰 틀에서 여전히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만 하더라도 지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지만 그 와중에도 일본의 6대 도시 지가는 2005년부터 2008년 사이에 23%가량 상승했다가 2008년 이후 다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택가격의 세계적 동조화 현상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미국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Case-Shiller Home Price Index)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됐다. 세계 금융위기 이전에는 전문가조차 잘 몰랐던 미국의 주택가격지수를 지금은 온 국민이 알고 있고, 더 나아가 미국 주택가격지수를 보면서 일희일비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미국 주택시장이 국제 금융시장의 향방을 좌우하는 요소라서 그러리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의 세계적인 동조화 현상을 믿는다면 미국 주택가격뿐만 아니라 영국이나 프랑스, 호주나 뉴질랜드,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의 주택가격 동향까지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이로부터 주택가격의 세계적인 흐름을 읽을 수 있다면 우리나라의 주택가격 흐름도 읽을 수 있으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프랑스, 미국, 독일 등은 2009년 이후 주택가격의 회복세가 지연되고 있다. 반면 영국, 핀란드, 호주, 홍콩, 싱가포르 등은 2009년 이후 주택가격의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 어느 것이 시장의 흐름인가는 조만간 판명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