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들러리인가'
대우건설 (3,705원 ▼55 -1.46%) 인수를 위한 산업은행의 사모펀드(PEF) 구성을 둘러싸고 이같은 논란이 일고 있다. 대우증권이 유한투자자(LP)로 참여한 게 구색 맞추기 용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산은은 지난해 7월 대우증권과 구조조정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무한투자자(GP)로 설립했던 PEF KDB밸류 제6호 사모투자전문회사를 최근 대우건설을 인수하는데 활용키로 했다.
산은은 최근 이 펀드를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3조3000억원 규모로 늘려 금융감독원에 등록했다. 이 과정에서 대우증권은 지분율 4.5%만큼 투자 금액을 늘리지 않고, 기존 45억 원을 약정금액으로 유지했다. 결과적으로 대우증권의 지분율은 0.13%로 줄어든 상태다.
대우건설 총 인수금액 3조3000억 원에 비해 대우증권의 약정금액 45억 원은 상당히 미미한 규모다. 하지만 산은-대우건설-대우증권의 관계 구도를 보면 대우증권의 대우건설 투자는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대우증권은 2006년 재무적투자자(FI)로 대우건설 보통주에 2000억 원을 투자했다. 주당 2만6262원에 761만5428주로 지분율은 2.24%다.
이후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은은 대우건설 17개 FI 지분 39.58%를 주당 1만8000원에 매입키로 FI들과 협의했다. 이에 따라 대우증권은 산은 PEF에 지분 2.24%를 약 1351억 원에 넘겨야 한다.
대우증권 입장에선 산은 PEF에 넘길 지분 중 45억 원 어치를 고스란히 재매입하게 되는 셈이다.
대우증권이 자사가 판 주식 중 일부를 다시 사들이는 이상한 투자를 하게 된 것은 PEF 구성 조건 때문이란 게 업계 시각이다.
현행법상 PEF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GP와 LP가 각각 1개 이상 참여해야 한다. LP의 경우 법인은 20억 원, 개인은 10억 원 이상을 투자하면 된다.
건설경기 침체와 대우건설 주가 하락으로 투자자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는 산은 입장에선 계열사인 대우증권의 협조(?)가 유일한 해법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대우증권은 산은금융지주가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대우증권의 지분율은 상당히 미미하다"며 "투자로서 큰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결국 PEF 구성 요건을 맞추기 위한 참여란 얘기다.
대우증권 입장에서도 손해 볼 것은 없는 거래다. 산은 PEF는 대우건설 지분 39%를 주당 1만8000원에 총 2조3000억 원을 들여 매입하게 된다. 이와 동시에 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1조 원 규모의 신주를 인수할 계획이다.
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 시 주당 매입가는 신주 인수 직전일 종가와 일정 기간의 평균가 중 낮은 게 기준가가 된다. 여기에 최대 10% 정도의 할인율을 적용해 최종 인수 가격이 결정된다.
24일 대우건설 종가(1만950원)를 기준으로 할 경우 10% 할인율을 적용하면 신주 주당인수가가 1만 원을 밑돌게 된다. 구주 39.58%는 1만8000원에 인수키로 FI들과 약정이 돼 있어, 전체를 평균할 경우 주당 인수가는 1만4000~1만5000원 정도가 된다는 계산이다.
대우증권 입장에선 주당 3000~4000원 가량 이득을 보게 되는 셈이다.
대우증권 내에서도 대우건설 인수참여 여부를 놓고 혼선을 빚기도 했다.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PEF에 LP로 참여한 것은 아니며 투자계획도 없다는 입장이지만, 설립 당시 4.5%까지 LP로 참여키로 해 45억원까지는 산은이 '캐피탈 콜'의 형태로 투자를 요청할 경우 투자가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