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유증없이 인수자금 3조원 어떻게 조달?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10.11.2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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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銀 인수 '승자의 저주' 없을까

"자금조달엔 전혀 문제될 게 없습니다."(2010년 11월18일)

"승자의 저주는 말이 안 됩니다. 자산 200조 원이 넘는 금융회사가 몇 조원 자금을 마련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2010년 11월22일)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63,100원 ▼500 -0.79%) 회장이 최근 외환은행 인수 자금과 관련해 한 말이다. 김 회장은 구체적인 언급을 꺼리면서도, 확신에 찬 어조로 "문제없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금융계에선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가격이 론스타 지분 현 시가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4조6000억∼4조8000억 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수출입은행이 갖고 있는 외환은행 태그·드래그 얼롱(tag·drag-along) 지분(6.25%)까지 사들이면 인수 자금이 5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 자금으로 보유중인 2조 원 가량의 현금에다 국내·외 재무적투자자(FI) 유치, 상환우선주 및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하나금융의 자금 조달에 방법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하나금융이 가용할 수 있는 현금이 2조 원가량 인데 어떻게 3조 원 가까운 돈을 마련 하냐는 것이다.

시장에선 하나금융이 회사채 등 채권 발행을 한다고 해도 현재 시장상황에서 소화하기엔 힘들 것이란 분위기다. 특히 상환우선주 등을 발행할 경우 자본이 아닌 부채로 인식되는 탓에 결국 '이중 레버리지비율(지주회사의 자기자본 대비 자회사 출자가액)'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주사의 자본 건전성에 문제가 생긴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유상증자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이럴 경우 결국 주주 가치를 훼손하게 된다는 부담이 있다. 하나금융도 유상증자에 대해선 소극적이지만 전혀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은 "시장이 워낙 좋아 (자금조달이) 어렵지 않다"며 "주주이익에 반하는 건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등 유상증자 계획엔 소극적인 자세를 내비쳤다. 그는 다만 "골드만삭스로부터 최대한 돕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분위기가 굉장히 좋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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