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시대' 준비하는 '뉴삼성' 스타트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10.11.19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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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김순택 부회장 발탁으로 '젊고 창의적 조직' 시동

19일 오후 4시50분쯤.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은 출입기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20분 후 이인용 팀장(부사장)의 브리핑이 있을 예정입니다. 내용은 저희도 잘 모릅니다.' 이어 오후 5시15분쯤 이 부사장은 A4 용지 2장짜리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신설될 그룹 조직의 책임자에 김순택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 부회장 임명, 이학수 삼성전자 (77,400원 ▼800 -1.02%) 고문과 김인주 삼성전자 상담역은 각각 삼성물산 건설부문 고문과 삼성카드 고문으로 전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발표였다. 삼성은 애초 이 내용을 22일쯤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보안 등을 이유로 시기를 앞당겼다.

◇성큼 다가온 '이재용 시대'=삼성이 이날 옛 전략기획실 형태의 그룹 조직을 복원하면서 그 책임을 김순택 부회장에게 맡긴 것은 '이재용 시대'를 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이건희 회장이 최근 '젊은 삼성론'을 제기한 직후 나온 것이어서다.



이 회장은 지난달 12일 멕시코에서 열리는 세계국가올림픽총연합회(ANOC) 총회 참석차 출국하면서 연말 인사 구상과 관련, "어느 시대건 조직은 젊어져야 한다. 젊게 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이재용 부사장으로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첫 발언이었다. 이후 귀국길엔 '젊은 인재론'을 피력했고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 참관을 위해 출국할 때는 "인사를 넓게 하겠다"며 구상을 구체화했다.

이는 올 연말 삼성의 대대적인 인사태풍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날 김순택 부회장 발탁, 이 회장과 함께 13년간 삼성을 이끈 이학수 고문과 김인주 상담역의 경영일선 후퇴 등으로 그 가능성은 높아졌다.

김 부회장은 1978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로 이동한 후 20년 가까이 이건희 회장을 보필해 이 회장의 '또다른 복심(腹心)'으로 꼽혀왔다. 그는 이학수 고문의 뒤를 이어 삼성그룹 계열사의 업무조율 역할과 함께 이 회장과 이재용 부사장으로 이어지는 경영권 승계를 원활히 마무리할 인물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대적인 인사태풍 예고=삼성은 2008년 4월 전략기획실이 해체된 후 경영여건 변화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 회장이 퇴진하고 계열사간 자원 및 역할을 원활히 조정할 기구가 부재한 탓이다. 오랜 검토 끝에 컨트롤타워가 다시 만들어지고, 이 부사장도 올 연말 승진과 함께 보폭을 넓힐 예정이어서 삼성그룹의 미래 대응은 한층 신속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이 회장도 지난 3월 복귀 후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과 함께 창의적인 삼성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왔다. 그 연장선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의 사업화와 2차전지 등 신성장동력사업을 발굴한 김 부회장에게 일종의 비서실장 역할을 맡겼다. 이번 인사가 젊고 창의적인 '뉴 삼성'의 새 출발을 알리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셈이다.

동시에 대대적인 인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이 부사장은 사장 승진 뒤 어떤 직책을 맡을지 알려지지 않았으나 그의 위상이 높아질 것은 확실시된다. 이를 위해 이 부사장과 함께 삼성을 이끌어갈 새로운 인물들이 대거 발탁될 것이라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또한 삼성은 올 연말 인사에서 과거 구조조정본부나 전략기획실의 부정적 이미지와 관행을 없애고 계열사간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쪽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과거 전략기획실에 대한 문책성 인사의 성격이다. (전략기획실의) 오래된 팀장급 임원들도 일부 교체키로 했다"며 부사장급 이상 인사를 시사했다.

이에 따라 이건희 회장을 보좌할 시스템이 김순택 부회장, 최지성 사장, 이재용 부사장의 3각 편대 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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