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원칙 고수해 실리 챙겼지만… "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2010.11.1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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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회장 '벼랑끝 전술' 승리

현대차 (239,000원 ▲2,000 +0.84%)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현대건설 인수 가격이 예상을 뛰어 넘는 수준이어서 현대차그룹이 명분보다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현대건설 인수에는 실패했지만 별로 잃은 것이 없다.

이를 반영하듯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실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현대차와 기아차 (113,300원 ▲1,600 +1.43%), 현대모비스 (226,500원 ▲500 +0.22%)의 주가는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섰다. 16일 현대차의 주가는 전날보다 4500원 오른 18만1000원을 기록했고, 기아차 역시 200원 오른 5만원에 장을 마감했다. 반면 현대모비스의 종가는 2000원 내린 28만1500원을 나타냈다.



◇ 현대차그룹 실패 원인=절박함 차이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실패한 원인은 결국 가격 때문이었다. 현대그룹은 5조5000억원을 제시한 반면 현대차그룹은 5조1000억원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계획이나 자금조달 안정성 등 비가격적 요소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앞섰지만 4000억원의 차이를 극복하는 데는 실패했다.

내부에서만 11조원 이상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그룹보다 베팅을 작게 한 것은 ‘원칙’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 들면서 ‘너무 비싸게는 인수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인수전이 지나치게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인수가격이 높아지게 되면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15일 입찰 서류를 제출하러 온 조위건 현대엠코 사장이 ‘경제적 가격을 써냈다’고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M&A에서는 인수 의지가 상당히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며 “적정한 가격에 인수하겠다는 쪽(현대차그룹)이 반드시 인수하겠다는 쪽(현대그룹)을 이기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벼랑끝 전술’이 승리를 불러온 셈이다.

◇ 현대차그룹 후폭풍? = '승리'를 예상했던 현대차그룹의 분위기는 ‘침통’ 그 자체다. 현대차 그룹은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직후 ‘안타깝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어 “채권단에서 현대건설을 위한 최선의 판단을 했을 것이라 생각하며 현대건설의 견실한 발전을 기대하겠다”며 패배를 깨끗하게 인정했다.


남은 문제는 후폭풍이다. 연말 인사를 앞둔 시점이어서 어떤 형태로든 현대건설 인수 실패에 대한 문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인사 시기가 앞당겨지고 그 폭도 상당히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인사 스타일을 고려해 볼 때 문책성 인사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부분의 그룹들이 ‘세대교체’를 이번 정기인사의 화두로 삼고 있는 상황이어서 현대차그룹의 세대교체도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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