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현대그룹, 인수 시너지 변별력 없어

더벨 황은재 기자, 박창현 기자, 심두보 기자 2010.11.1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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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M&A⑥]모호하고 실현가능성 낮아...이종기업간 거래 한계 넘기 어려워

더벨|이 기사는 11월09일(11:0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현대건설 (34,250원 ▼850 -2.42%) 본입찰이 1주일 남짓 남은 가운데 이제 관건은 '점수경쟁'으로 요약된다.



가격을 높게 쓰든, 비가격요인에서 강한 배점을 받든 어떤 수를 쓰더라도 '채점자'(매각측)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아야 승자가 된다.

현대건설 인수 시너지가 주목받는 것도 이 부분 때문이다.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했을 때 피인수 이후 기업의 발전가능성에 배정되는 점수가 최대 10점에 육박할 수 있다. 평가의 핵심은 "새 주인이 생기면 현대건설(Target Company)에 무슨 이득이 있느냐"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비밀유지협약(CA)위반 논란까지 감수하며 거창한 시너지 계획을 발표했다. 반면 현대그룹은 이에 대한 청사진을 내놓을 기회를 놓쳤다. 그러나 발표를 했든, 안했든 두 후보가 내세우거나 자랑할 만한 현대건설 시너지는 찾기 어렵다는 게 시장의 냉정한 평가다. 두 회사 모두 시너지면에서 차별성은 '도토리 키재기'수준이란 것.

◇현대車, 에코밸류체인? 포트폴리오 간신히 끼워맞추기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을 '글로벌 고부가가치 종합엔지니어링 선도기업'을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2020년 현대건설 수주 목표액을 120조원으로 설정하고 '3대 핵심사업, 4대 지속사업, 5대 녹색사업, 6대 육성사업' 등을 제시했다. 또 2020년까지 총 투자액 10조원, 고용창출 32만명 목표를 밝혔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그룹 계열사 포트폴리오에 현대건설을 끼워맞춘 수준으로 평가된다. 모호하고 당장 실현 가능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일례로 현대차가 발표한 '에코밸류체인(Eco Value Chain)이란 개념부터 그렇다. 친환경이란 타이틀을 달았지만 현대차가 전기자동차를 만들면 현대제철이 원료처리시스템을 만들고 현대건설은 그에 필요한 빌딩이나 원전 혹은 충전시설 등을 세우면 된다는 단순논리에 불과하다. 시장성이 얼마나 될지, 얼마만큼 수익이 날지에 대해서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현대캐피탈, HMC증권 등 금융계열사를 통한 부동산 금융 사업확장도 포함됐지만 이들 회사의 현재 부동산 금융 실적이나 레코드, 딜소싱(Deal Sourcing) 창구가 대단한 것도 아니다. 굳이 이 두 회사가 아니더라도 사업성만 높다면 비계열 금융사를 통해도 된다.

현대제철 및 하이스코와 현대건설의 시너지가 손에 잡히는 부분이지만 볼륨이 작다. 게다가 이득은 현대건설이 아닌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갖는 모양새다. 현대건설에 봉강류(철근)과 강판류(후판)를 현대제철, 대한제강, 동국제강이 납품하고 있다. 이 부분을 현대제철로 거래처를 단일화할 수는 있다. 그러나 올 상반기 자재 구매 규모는 2100억원에 불과했다. 거꾸로 원가율이 비교적 높은 현대건설이 매입처를 단일화할 경우 최상의 자재조달 여건이 배제되는 '역선택'이 우려된다.

이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이종기업간 결합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차를 만드는 회사가 건설회사를 인수하는 이유에 대한 답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기대되는 부분은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150여개국에 걸친 현지네트워크와 신뢰도 정도다.

현대건설은 올 상반기 매출 중 해외비중이 51%에 달하지만 대부분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37%), 그리고 아시아권(11%)에 국한돼 있다. 유럽, 미국의 비중은 미미하다보니 수주 지역 다변화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의 네트워크 소개와 정보공유가 가능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업계는 "현지 사정 모르는 이들을 만나는 것보다 그곳에 진출한 계열사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는 있다"며 "현대차와 건설의 직접적인 시너지는 그 정도 수준"이라고 풀이한다.

◇현대그룹, 대북사업 수익성 미지수...건설보다 그룹이 얻는 게 많아

현대그룹은 현대차와 달리 대외적으로 시너지를 발표하지 못했다. 그나마 거론되는 현대건설의 시너지는 개성공단 및 대북개발사업을 비롯한 남북경제협력 강화로 인한 메리트 등이다.

현대아산이 우선권을 갖고 있는 대북사업 규모는 50조~60조원대로 추산된다. 향후 이 사업이 전부 가시화되면 현대건설은 현대그룹이 독점권을 가진 북한 개발 공사의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계열사와의 상호 협업에 따른 매출증가도 거론된다.

또 일각에서는 재무적 투자자로 내세운 독일 엔지니어링업체 M+W그룹이 하이테크 엔지니어링과 EPC사업에 강점을 지녔고 중동 등 해외사업 비중이 높음을 감안, 현대건설의 세계무대 진출 확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다.

대북사업은 시기별 남북관계 상황에 따라 한치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남북관계가 경색된 현 정부에서는 얼마만큼 사업성이 있을지 알 수 없다. 그저 '장밋빛 전망'에 불과한 상황. 본격화 될 수만 있다면 막대한 수주가 가능하지만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당장 수익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계열사와 상호 협업도 불확실하다. 현대아산이 정체된 대북사업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국내 건설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현대건설과 시너지를 기대하긴 어렵다. 현대아산의 올해 수주사업은 20개, 누적 수주액은 1072억원에 불과하다. 현대건설이 강점을 보이는 해외 공사를 같이 진행할 만한 능력도 없다. 현대건설은 해외를 맡고 현대아산은 국내를 맡는 식의 분업 역시 쉽지 않다.

M+W의 경우 컨소시엄 참여가 '약'이 될지, 아니면 나중에 '독'이 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현대건설 인수참여 조건으로 M+W가 이사회 참여,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영권 확보 등을 요구할 경우 현대건설 경영과정에서 되레 갈등을 조장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특히 M+W의 대주주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져 현대그룹의 컨소시엄 멤버로 끝까지 유지될 수 있지도 불확실하다.

현대그룹이 이번 인수전의 '승자'가 되었을 때 현대건설보다는 그룹이 얻는 게 더 많다. 그룹의 새로운 캐시카우(Cash Cow)가 마련됨은 물론, 10조원대에 불과한 그룹 규모가 껑충 뛰어올라 재계순위 판도가 바뀐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현대그룹으로서는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그룹이 먹고 살 새 지평이 열리는 만큼 현대건설에 대해 그 어느 곳보다 높은 대우를 해야 할 상황이란 뜻도 된다. 그룹의 지배구조를 안정시켜준 회사인데다 다른 어느 계열사보다 막대한 현금창출력과 성장성을 보유한 기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현대그룹이 어떤 '비용'을 치를지, 또 이후 현대건설의 현금력이 얼마나 잠식될지 여부는 별개 문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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