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프라이데이' 다가온다! 美 유통가 '벌써 후끈'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10.11.10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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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아진 지갑 빨리 열어야 임자… 업계 사전할인 시작

▲미 유통업체의 '블랙프라이데이' 광고▲미 유통업체의 '블랙프라이데이' 광고


"숍 얼리 세이브 빅"(빨리 사면 많이 아껴요)

미국의 연중최대 홀리데이 쇼핑시즌을 여는 블랙 프라이데이(26일)가 2주 앞으로 다가오며 미 유통가에 '전운'이 감돈다. 올해는 이미 대대적인 판촉이 시작돼 26일 이후의 본게임과 구별이 어려울 정도다.

미국 소비자들은 해마다 추수감사절(11월 넷째 목요일) 다음날이면 행복한 전쟁을 치렀다. 금요일 새벽부터 일어나 서둘러 전자매장으로 가서 평소 사고 싶던 물건을 할인가에 구입한다. 고객들이 매장 문을 부술 정도로 밀고 들어오는 '도어버스터' 덕에 유통업체들은 흑자(블랙)를 기록한다.



이 기간 최대 인기는 전자제품이다.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 삼성전자의 갤럭시S도 평소보다 싸게 살 수 있다. PC매거진 웹사이트에 따르면 아마존닷컴이 169.9달러짜리 젠하이저 헤드폰을 85.7달러에 파는 것을 비롯, 델의 포켓캠코더, 소니 브라비아 LED-TV, 캐논 파워샷 디지털카메라 등이 50~70%의 할인율을 내세워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레노버의 594달러짜리 씽크패드 노트북(X100e)은 359달러에 내놨다.

유통업체간 조금이라도 할인율을 키워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눈치작전도 치열하다. 베스트바이는 '숍 얼리 세이브 빅' 할인행사를 시작했다. 월마트, 타깃, 완구매장 토이저러스 등도 앞다퉈 조기할인 대열에 합류했다.



이런 추세는 미국 소비자의 지갑이 얇아진 것과 관련 있다. 업체로선 제한된 예산으로 쇼핑 계획을 짜는 사람들이 하루라도 먼저 카드를 긁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통적인 쇼핑 기간에 물량 공세를 펴도 이미 돈이 바닥난 소비자들의 추가 구매를 기대할 수 없다는 계산이다.

온라인모바일 쇼핑이 늘어난 것도 조기할인을 부추겼다. 간단히 주문할 수 있고 문도 열지 않은 가게 앞에서 기다릴 필요가 없으니 편리하다. 매장이 북적대는 '프라이데이' 주말을 피해 다음 월요일부터 온라인으로 편안히 쇼핑에 나서는 '사이버 먼데이'라는 조어도 생겼다. 전미유통협회(NRF)에 따르면 2009년 이 기간 쇼핑 42%가 온라인에서 결제됐는데 올해는 이 비율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스마트폰 보급에 따라 모바일 쇼핑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쇼핑시즌을 앞두고 기업들이 도매 재고를 늘린 것으로 파악했다. 9일 발표된 미 상무부의 도매재고 지수는 2~8월에 7개월 연속 상승한 데 이어 9월에도 1.5% 상승, 사전 전망치인 0.7%를 웃도는 증가세를 보였다. 도매매출은 0.4% 증가, 판매 대비 재고비율은 8월보다 상승한 1.18을 기록했다.


업체들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소비증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유통업체들이 사활을 건 할인 경쟁을 펼치겠지만 위축된 미국인의 소비심리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 아니겠냐는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기간 미국인의 쇼핑액이 전년보다 1인당 7달러 증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7달러는 미국에서 USB 케이블을 한두개 살 수 있는 돈에 불과하다. FT는 "업체들이 시즌 초반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침체 이전 수준으로 지갑을 연다는 보장은 없다"고 전했다.

현지에선 일부 백화점 등이 블랙 프라이데이를 내세워 할인율을 과장하는 행태도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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