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식료품업계, 애그플레이션에 '울상'

머니투데이 김경원 기자 2010.11.0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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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인상·용량축소로 대응, 일부 기업 마진 축소되기도

미국 식료품업계가 애그플레이션 추세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급등하는 식품 가격이 20년간 안정적으로 유지된 음식값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식료품 가격 급등으로 비용이 급격히 증가한 식품업계가 가격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유, 소고기, 커피 등 기본 식료품의 가격은 최근 몇 달간 급격하게 상승했다. 국제 설탕 가격은 30년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에 맥도날드, 켈로그 등 식료품기업과 유통업체들은 가격 인상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인상 시기다. 경기가 위축돼 있는 시기에 성급하게 가격을 올릴 경우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인들은 고실업에 대한 우려로 소비를 줄이는 추세다. 이들은 씀씀이를 줄이기 위해 기꺼이 브랜드와 슈퍼마켓을 바꾸고, 외식을 최대한 자제한다.



캘리포니아에서 167개의 식료품 체인점을 운영하는 스테이터 브로스의 잭 브라운 최고운영자(CEO)는 "(가격 인상으로) 얼마나 얻고, 얼마나 잃을지는 우리에게 주어진 큰 과제"라고 말했다.

피트 벤센 맥도날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확실히 어느 시점에 가격을 인상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맥도날드는 내년 중으로 메뉴 가격을 인상 시기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스테이터 브로스는 곡물가 인상 등을 감안해 최근 시리얼 가격을 5% 인상했다. 그 결과 소비자 증가세가 약 절반으로 줄었다. 이에 회사 측은 휴대폰, 트럭 타이어 등에 사용되는 비용을 줄임으로써 가격 인상으로 인한 손해를 보충해야 했다.

가격인상 대신 용량을 축소한 기업도 있다. 이들은 제품 가격은 유지하되 용량을 줄임으로써 인플레이션 추세에 대응했다.



켄 해리스 캔타르 리테일 컨설턴트는 "일부 식음료 기업들은 저가를 고수하기 위해 제품 용량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냉동 스프 등을 제조하는 식음료 기업 벤 타바크닉은 지난달 전국 매장에 신상품을 출시했다. 이 스프는 가격은 동일하지만 용량은 11.5온스로 기존제품(15온스)보다 훨씬 적다.

벤 타바크닉은 최근 "지난 두 달간 식용유, 설탕 등 재료 가격이 20~30% 올랐다"며 "제품 마진이 급격하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판촉 프로그램이 끝나는 내년 봄 중 가격 인상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러한 실패 사례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압박이 갈수록 심해지자 식료품 기업들은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스타벅스, 크래프트 푸드, 켈로그 등이 가격을 올릴 예정이다.

식료품 업체 자이언트 이글의 케입 스리글리 부회장은 "가격 인상 압박이 예상보다 훨씬 강하다"며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는 식품을 공급하기 힘든 지역도 있다"고 말했다.

식료품 업계는 내년 소매물가는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잭 신클레어 월마트 부회장은 "수요가 약하기 때문에 더 이상 가격이 올라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피트 벤센 맥도날드 CFO도 최근 투자자들에게 내년 미국과 유럽 물가는 각각 2%, 3% 인상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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